[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도시바와 대립하고 있는 협력업체 웨스턴디지털(WD)이 "우리의 동의 없이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중재법원 소송을 취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6일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9월 29일 종료)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와 가진 전화 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매각 금지를 요구한 국제중재법원의 결정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중재법원의 판단이 매각 완료 시점까지 나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밀리건 CEO가 도시바와 합작 사업의 위기에 대해 7분이나 발언해 지난 7월 기자회견 때 관련 발언이 1분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도시바는 임시 주주 총회를 열어 도시바 메모리를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약 2조엔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WD 역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산업혁신기구(INCJ) 등과 손잡고 참여했으나 의결권 등 세부 사항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해 인수 대상자로 낙점되지 못했다.
WD는 도시바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에서 협력하고 있다. 매각 금지 요청 외에도 WD는 도시바가 욧카이치 공장의 제 6동 생산 시설 투자를 단독으로 실행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제 중재 법원에 도시바를 제소했다.
매각 금지 등의 법적 조치로 도시바와 WD 간의 분쟁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밀리건 CEO는 국제중재재판소가 심리 일정을 세우는 즉시 서류를 제출할 것이라면서 내년 초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분기 동안 WD는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WD의 순이익은 6억8100만달러(주당 2.23달러)를 나타내 3억6600만달러(주당 1.28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작년 1분기에서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0% 증가한 51억8100만달러였다.
한편, 전환사채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한 SK하이닉스에 대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글로리아 취 분석가는 SK하이닉스의 지분이 적기 때문에 만약 가능하더라도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과 현금 흐름에 제한된 접근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인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통합으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