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하는 사모 운용사들이 시리즈물로 비슷한 펀드를 잇달아 출시하자 사모형 상품을 마치 공모펀드처럼 모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사모운용사들은 개별 펀드마다 운용 전략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도 펀드 운용 전략이 같더라도 종목 구성 등 포트폴리오가 다르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종목 비중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등 제도상 허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가 62개 운용사에서 140개 펀드가 설정됐다(지난달 25일 기준). 한 사모운용사가 많게는 7개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는 7개 운용사에서 7개 펀드를 출시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들은 "사모운용사들이 코스닥벤처펀드를 시리즈로 출시해 공모펀드처럼 모집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한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공모 규제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증권을 분할 모집하는 것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모펀드의 시리즈 펀드 출시 이슈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에 사모운용사들은 수익자들의 요구에 맞춰 코스닥벤처펀드를 출시했다며 시리즈 펀드 이슈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A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라인업이 늘어난 건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펀드를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2호 펀드도 제안서상 숫자 개념일 뿐 수익자의 요구에 맞춰서 각각 다르게 운용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자산운용사 C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사들이 중소형 운용사들의 목줄을 죄고 4호, 5호까지 시리즈로 찍어서 만들어 오라고 한다"며 "지금은 잘 팔리니 계속 설정하고 있지만 연말 세제혜택 이후 환매가 나오고 수익률 망가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사모운용사들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오히려 제약이 있다고 토로한다. 대부분 운용사들은 일단 시리즈펀드 이슈를 피하기 위해 펀드별로 종목 구성을 겹치지 않게 편입할 계획이지만 제도의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세력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종목 구성을 다르게 한다고 운용 신고한 뒤 실질적으로는 유사하게 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역은 "시리즈펀드 중 하나는 IT 위주로 다른 하나는 바이오 위주로 편입하겠다는 전략을 내지만 코스닥·벤처기업들은 정관에 여러 사업영역을 올리기 때문에 사실상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담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당초 투자하고자했던 업종이나 전략과는 다른 엉뚱한 종목에 투자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리즈물 사모펀드의 운용 전략이 유사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략이 유사하더라도 개별 종목이 다르면 문제가 없는데, 다만 종목 구성 비중의 동일성은 사안별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류국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사모펀드가 유사한 전략을 가져가는 펀드를 출시하더라도 펀드 구성 종목이 다르다면 같은 펀드로 보지 않는다"며 "증권의 동일성 비중은 개별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다만 "예컨대 펀드 종목 비중이 90%는 같고 5%는 다른 경우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선제적 가이드라인 제시는 쉽지않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펀드 설정단계에서부터 운용사의 펀드 설정 목적, 판매과정에서 투자권유 방법 등을 따져 발행증권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자산운용제도팀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가 각 종목의 비중을 거의 똑같이 편입하면 여러 개 펀드로 나눠져도 사실상 같은 펀드로 본다"며 "이 경우 각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합산해 50명 해당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해당 사모펀드의 시리즈물 발행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직접적인 규제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명 '미래에셋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각 운용사에 유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을 뿐 해당 이슈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김태성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현재까지 시리즈물 이슈가 확인된 바는 없다"며 "펀드 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검사부터하는 건 앞서 나간 측면이 있다. 운용사들이 어떻게 운용하는지 우선적으로 모니터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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