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둔 네이버(대표 한성숙)와 카카오(공동대표 조수용, 여민수)의 댓글 정책이 엇갈린다. ‘드루킹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네이버는 정치 댓글 ‘공감’ 기능을 폐지하며 논란 차단에 한창이지만 카카오는 다음뉴스의 ‘추천’ 기능을 유지중이다. 댓글조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만큼 급격한 댓글 정책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30일 양사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15일부터 웹과 모바일 6.13 지방선거 특집페이지를 운영중이다. 관련 언론 기사를 포함해 후보자 약력과 공약, 토론회, 여론조사 등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사용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공한다.
하지만 두 기업의 댓글 정책은 다르다.
네이버는 ‘정치/선거’으로 분류된 기사의 댓글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별도 인링크 홈페이지 또는 언론사 뉴스 댓글 페이지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별도 페이지에서도 논란이 됐던 ‘호감’ 순 정렬을 없애고 모든 댓글을 시간순으로만 확인 가능하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다음뉴스 6.13 지방선거 특집 페이지 화면. 양사는 관련 기사를 포함해 후보자 약력과 공약, 토론회, 여론조사 등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사용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쳐] |
이는 ‘드루킹 사태’에 따른 후속조치로 댓글조작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한다는 의지다. 이에 네이버의 정치 기사에서는 특정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거나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카카오는 웹과 모바일 모두에서 추천순 댓글 정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추천·최신·과거’ 중 최신정렬을 선택하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댓글을 가장 먼저 읽게 된다. 실제로 다음에서는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전체 여론을 주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카카오가 선거기간에도 기존과 동일한 댓글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에는 댓글조작 논란이 포털 전체가 아닌 네이버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포털 다음의 경우 댓글조작에 따른 여론왜곡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 대비에 분주한 것과 달리 카카오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검색 점유율이 15% 수준인 다음보다는 80% 독점 사업자인 네이버를 특검 대상으로 제한하는 분위기다.
6.13 지방선거를 맞아 네이버(왼쪽)는 정치 기사 댓글을 인(별도 페이지)·아웃(언론사 페이지)링크로 바꾸고 ‘공감순’ 나열을 폐지한반면, 카카오 다음뉴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추천순’ 나열방식을 유지중이다. [사진=홈페이지 캡쳐] |
이미 사전에 클린 댓글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점도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24시간 신고센터를 1년 내내 운영중이며 댓글 어뷰징을 막기 위해 1인당 1일 기준 댓글 30개, 찬성·반대 50개로 제한하고 있다. 각 댓글당 찬성과 반대는 1인당 1회만 가능하다”며 “다양한 기술적 모니터링으로 댓글조작을 감시중이다.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댓글 정책을 급하게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모든 댓글의 공감순 정렬 폐지나 나아가 기사 콘텐츠의 일괄 아웃링크 전환 등 언론사와 정치권의 요구를 자율 또는 강제(법제화)적으로 수용할 경우 카카오 역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조작 논란은 네이버에 국한될 수 있지만 기사 및 댓글의 인·아웃링크 문제는 특정 기업이 아닌 포털 플랫폼 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로 촉발된 드루킹 사태를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왜곡 문제에서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법적 책임없이 공급, 유통하고 이에 따른 트래픽을 확보하는 게 맞냐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포털 인링크의 댓글이 아닌 언론사 페이지나 별도의 토론공간으로 댓글을 유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 및 정책 방향이 확정된다면 카카오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