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관세를 매기는 미국산 품목 중 일부는 오히려 중국에서 더 필요로 하는 제품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27일 미국 경제방송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다음달 6일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첨단제품 등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반면 중국은 3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다. 중국이 관세를 매기는 미국산 제품에는 대두, 전기차, 해산물, 돼지고기 등 원자재들이 주를 이룬다.
대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정부가 원자재를 겨냥한 것은 전략적으로 타당해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미국산 원자재를 다른 나라 원자재로 대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두의 경우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물량 중에서 미국 수출품 비중이 40%를 차지한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두의 60%를 수입한다. 미국이 중국에 중요한 대두 공급처인 셈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다음달 6일부터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매기고, 대신 브라질 수입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대두 중 브라질산은 약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의 대두 수입자들도 올 들어 브라질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 또한 중국은 대두를 비롯한 동물 사료 재료에 대해서는 5개의 이웃 아시아 국가에 대해 수입산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대두 구매를 더 늘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당시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 가격은 약 6% 급락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중국의 미국 원자재 관세 부과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9월1일 시작하는 내년 마케팅 연도에 1억300만메트릭톤(1메트릭톤=1000kg)의 대두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수입량은 1억메트릭톤에 그친다. 중국은 모자라는 대두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산 대두를 최소 몇백만톤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런던 소재 경영자문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농부들은 동물 사료를 대두에서 다른 곡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다수 곡물에 단백질 함유량이 낮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두보다) 이상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미국산을 일부 수입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관세 조치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도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산 에너지에 대해서도 중국이 관세를 매기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중국은 미국산 천연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액화 천연가스(LNG)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석탄이 유발하는 대기 오염에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면서 석탄 대신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쓰게끔 유도하면서 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산 LNG에 관세를 매길 경우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중국의 제품 생산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니콜라스 브라운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는 "중국에서 LNG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미국은 2018~2019년 (중국의 늘어나는 LNG 수요에 대해) 핵심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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