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홍군 기자 =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자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감축(DR) 카드를 꺼내들었다. 탈원전에 대한 비판 등을 의식해 요청을 자제해 오던 정부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DR을 다시 떠올린 것이다.
23일 에너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날 철강, 시멘트, 전자 등 기업들에게 조만간 DR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DR 요청은 일반적으로 시행 몇 시간전 이뤄지는데, 오늘은 이례적으로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미리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DR은 전력 수요 급증 시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전기 소비 자제를 요청해 수요를 조정하는 제도로, 전기 수요가 많고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해도 작업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기업이 대상이다. 전기 사용을 줄인 기업들에게는 정부가 사전에 맺은 협약에 따라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두 차례, 겨울에는 4차례에 걸쳐 기업들에게 DR 요청을 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막았었다. DR 협약을 맺은 178개 기업들이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최근 전력수요의 4~5% 가량인 400만kW의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당국이 DR 카드를 예고한 것은 전력 수급상황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9000만kW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율도 올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8.27%)까지 떨어졌다.
특히, 이날 최대 전력수요는 정부가 예측한 올 여름 최대치(8830만kW)를 뛰어 넘는 것으로, 수급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 16일 오후 5시 기준(오후 4~5시 평균) 8630만kW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12일 기록한 여름철 최고치(8518만kW)를 경신했다.
이후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18일(8671만kW), 19일(8759만kW), 20일(8808만kW) 등 연달아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23일에도 겨울철에 포함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앞서 박성택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전력예비력이 충분한데도 단순히 목표치(전력피크)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DR 요청이 발동되면서 기업들의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올해부터는 예비력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하루 전에 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원전 재가동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전력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예상과 달리 빨리 찾아온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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