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최대전력이 9000만kW를 넘어서는 등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코너로 몰리고 있다. 지금으로선 수요감축요청(DR) 발동이 전력수급을 맞출 수 있는 최선책이지만,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이라는 비난을 우려해 이 마저도 쉽게 쓰지 못하고 있다.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 현재 최대전력수요는 9189만킬로와트(kW)로 역대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이는 역대 최초로 9000kW를 돌파한 전날보다 100만kW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해 공급예비력은 680만kW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공급예비율도 올 들어 처음으로 8%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쉬고 있던 원전을 풀 가동하고 DR 발령을 면밀히 검토 하는 등 후속 대책에 나서고 있다.
당초 산업부 산하 전력거래소는 이날 올 여름 수급대책 발표 당시 예고한 DR 실시 요건을 뛰어넘을시 희망 기업들을 대상으로 DR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기업들에게도 하루 전날 DR 발동을 예고해 기업들을 긴장에 빠뜨리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DR 참여기업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휴가철을 앞둔 막바지 조업이 한참인 점을 고려해 DR 발령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수급조절 실패라는 비난을 의식한 것도 DR을 미룬 이유로 해석된다.
정부가 당장의 DR 발동은 접었지만,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결국에는 다시 DR카드를 커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DR 발령은 최대전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언제든지 검토하고 있다"며 "오늘은 예정에 없지만 위급상항 발생 시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고 전했다.
DR은 기업이 전력 피크 시간에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정부가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현재 DR에 참여 중인 기업은 약 3600개로, 이들이 감축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은 420만kW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에도 7월 12일(150만kW), 21일(250만kW) 두 차례 DR을 발령해 400만kW의 전력 감축을 요청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DR 요건을 일부 개선했다. 기존엔 정부가 예상한 목표수요를 예상한 경우로 폭넓게 잡았지만, 올해부턴 예비력이 일정수준(1000만kW) 이하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 급증(8830만kW) 초과)이 예상되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 DR 요청시에도 하루 전 예고해 실시할 계획이다.
DR은 정부가 전력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 중 하나다. 정부는 DR을 포함한 예비전력(석탄발전기 출력상향운전, 전압하향조정 등)으로 총 681만kW를 확보해 놓고 있는데, 그 중 DR이 약 62% 가량을 차지한다. 추가 전력 필요시 DR을 시작으로 예비력 단계별로 수급안정화 대책을 실시한다.
정부는 설비 수리중이던 원전을 조기 가동하는 등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원전 5기는 경북 울진의 한울1·2·4호기, 전남 영광의 한빛 1·3호기 등 원전 5기가 대표적이다.
멈춰있던 한울 4호기는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21일 재가동에 들어갔고, 마찬가지로 정지 상태인 한빛3호기와 한울2호기는 최대 전력 수요가 최고점(피크)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8월 2∼3주 전에 재가동되도록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재난수준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수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에 맞는 공급 및 수요관리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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