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구리가 13개월래 최저치로 하락, 베어마켓에 진입한 가운데 주요 금속 상품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G2(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과 터키 사태로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상품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신흥국 주식시장 역시 베어마켓 영역으로 후퇴했다.
구리 <사진=블룸버그> |
터키 리라화가 전날에 이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이날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남아공 랜드화와 인도 루피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를 필두로 한 급락이 금속 상품에 이어 주식까지 신흥국 자산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리 가격이 이날 장중 2.4% 급락, 지난 6월 기록한 4년래 최고치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베어마켓에 진입한 셈이다. 이에 따라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은 메트릭 톤 당 6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중국의 1~7월 고정 자산 투자가 20년래 최저치로 위축됐다는 소식이 성장 둔화 우려를 부추긴 결과다.
상황은 다른 금속 상품도 마찬가지다. 팔라듐이 5% 급락했고, 철광석을 포함한 원자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FTSE 350 광산 지수가 4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무역 마찰 이외에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필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신흥국 전반에 확산, 관련 통화에 이어 상품시장까지 하강 기류가 옮겨 붙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태풍의 눈에 해당하는 일부 국가가 전세계 경제 성장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에 원자재 수요 위축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섰다는 것.
도이체방크의 니콜라스 스노우든 금속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품시장의 비관적인 투자 심리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속 상품 전반에 걸친 매도 열기는 매크로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프리카 랜드화 <사진=블룸버그> |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금속 상품 지수는 지난 5월 기록한 고점에서 9.3% 급락했다. 알루미늄과 아연이 이날 2~3% 선에서 하락했고, 금과 은, 팔라듐도 1~4% 가량 일제히 후퇴했다.
투자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상품시장의 뚜렷한 약세가 신흥국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신흥국 증시와 강한 동조 현상을 보인 구리의 베어마켓 진입이 커다란 적신호로 지목됐다.
실제로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1월 고점에서 20% 이상급락, 베어마켓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지수에서 상품 섹터의 비중이 8%에도 못 미치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러시아를 중심으로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또 금속 상품 가격 급락이 칠레와 페루, 콩고, 잠비아, 멕시코, 중국 등 주요 생산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월가는 우려하고 있다.
한편 신흥국 통화 역시 하강 기류를 지속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장중 3% 가까이 밀리며 1달러 당 30.5페소에 거래,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연초 이후 페소화는 38% 급락했다.
남아공 랜드화도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재정건정성 경고를 악재로 3% 이상 내렸고, 전날 달러 당 70루피를 뚫고 오른 인돋 루피화도 이날 약보합에서 거래됐다.
일부 신흥국은 통화 방어에 나섰다. 인도네시아가 기준금리를 5.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 3년래 최저치로 밀린 루피아화의 추가 하락에 제동을 걸었다.
홍콩 금융당국도 5억7500만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투입,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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