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공동취재단 노민호 기자 =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가 24일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정전협정 이후 65년이 넘은 세월 동안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북측에 남겨둔 혈육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이 가운데 서울 토박이 3형제가 68년 만에 재회하는 소식이 들려와 눈길을 끈다. 목원선(85), 목원구(83)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속초=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등록을 마친 목원구(83)할아버지가 외신기자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2018.08.23 |
이들은 이번 상봉에서 북측의 큰 형 김인영(86. 목원희에서 개명)씨를 만난다. 원래 4형제였지만 막내동생 목원경씨는 몇 년 전 혈액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큰 형 김인영씨와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한달 쯤 지난 시점에서 헤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 형이 외숙모와 함께 서울 성동구 중앙시장에 쌀을 비롯한 먹거리를 사러 갔다가 북한 인민군에 의해 강제 징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목원선씨에 따르면 인민군들이 형에게 다가와 “동무 잠깐만 봅시다”라고 말했다. 큰 형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고 인민군들은 다시 “저기 가서 얘기 좀 하자”며 끌고 갔다고 한다.
결국 외숙모 혼자 집으로 돌아오고 이 때를 끝으로 이번 상봉 전까지 연락이 안됐다.
[속초=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한 이산가족이 북측의 가족에게 전달할 선물을 정리하고 있다. 2018.08.23 |
남측에 있는 두 형제는 이번 만남에서 큰 형이 개명한 사유 등을 묻고, 지난 65년 동안 헤어져있던 안타까움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측에 남은 형제를 비롯한 가족들은 큰 형이 전쟁 때 사망한 것으로 알고 그동안 이산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특히 목원선씨는 형과 함께 끌려갔다 돌아온 형님의 친구에게 “우리 형은 어떻게 됐어?”라고 물었는데, 형 친구로부터 “너네 형 원희는 죽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목원선씨는 형이 끌려가고 이듬해 18세 나이에 국군에 자원입대했다. 형제 간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적으로 싸웠던 것이다.
목원선씨는 “그때 아마 우리 형하고 총부리를 마주잡고 뭐 그랬을지도 몰라요”라며 “그 때 끌려갔으면 저쪽(북한군)도 전부 전방에 내보냈을 것 아니에요. 하여간 이제 살아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라고 말했다.
[속초=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집결지인 강원도 속초시 한화리조트에서 방북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2018.08.23 |
목원선씨는 형님인 원희씨가 똑똑했고 어른들에게 항상 인사 잘하는 예의 바른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날부터 시작되는 2차 상봉행사는 오는 26일까지 사흘간 계속된다. 북측 81명과 동반가족들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 가족들을 만난다.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326명은 전날인 23일 숙소인 속초 한화리조트에 집결했다. 이들은 등록·방북교육 등의 절차를 밟았다.
이산가족과 지원인원 등 480명의 '금강산 방문단'은 24일 오전 버스를 타고 동해선 남북출입국사무소(CIQ)를 거쳐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속초=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등록날인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상봉등록이 진행된 가운데 태풍으로 인한 안전 안내문자가 들어오고 있다. 2018.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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