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벌 저격수에서 비리유치원 저격수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치권에선 국회 정무위원회 최고 공격수 이력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말이 회자된다. 주변에서도 화려한 변신이라는 평가다. 박 의원은 "정치인생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지난 11일부터 10여일 동안 박 의원의 후원 계좌에는 무려 1억 5000만원의 후원금이 쌓였다. 세부 내역을 담은 종이 통장만 8개가 넘는다. 국회 의원실에는 후원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정성 들여 쓴 손편지가 배달되고 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들을 위해 기꺼히 유치원비를 납부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박 의원에게 응원 문자와 후원금을 보낸다. "두려워 말라" "눈치보지 말고 비리를 파헤쳐달라"는 응원들이 통장에 고스란히 찍혔다. 힘을 낼 수 밖에 없다.
박 의원은 여러차례 자신의 SNS를 통해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정치권에 오래 몸 담았지만 여당의 초선 의원, 국회 교육위원회를 처음 맡은 그야말로 '햇병아리'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파헤치고, 유치원 명단과 감사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구의 사립 유치원 200여곳도 예외는 아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캡처 |
박 의원은 "초선의원은 후원금이 없으면 돈 많은 사람, 권력 있는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면 해야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며 "(명단 공개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솔직히 지금도 겁이 나지만 국민의 편에 서서 눈치보지 않고 일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박 의원의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는 곧바로 당정간 대책 마련으로 이어졌다. 당정은 25일 사립 유치원의 회계관리 투명화를 위해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적용하는 내용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한 발 앞선 지난 23일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리 유치원 근절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당론으로 채택,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공식 접수했다. 이제 공론화를 넘어 법제화를 앞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늘 발표된 대책의 70~80%는 추가적인 예산 확보나 법의 개정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부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자,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인데도, 한집안 식구나 마찬가지인 정부 부처를 문제시 삼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확실히 '여당 내 야당'이라고 불릴 만한 배짱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캡처 |
박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유아교육 환경이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제대로 된 자기 역할을 하지 않은 교육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정부 여당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학부모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박용진 3법'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당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며 "사립유치원 문제 해결은 오늘이 시작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한발 한발 차근차근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리 유치원 사태가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박 의원은 오는 3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 정책토론회'를 열고 재점검에 나선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에 이은 다음 표적으로 사학비리, 연구비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