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솔 수습기자 = 문재인 정부가 투명한 인재 채용을 통해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이 고용세습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인척 관계를 수집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의 특성을 악용할 경우 채용비리의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논란이 한창인 공공기관 채용비리 및 고용세습과 관련, "블라인드 채용이 채용비리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고 29일 지적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사용자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 업무와 무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 채용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322개 공공기관 전체에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8월 149개 지방 공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문제는 블라인드 채용의 허점을 악용할 경우 채용비리 의혹이 발생해도 조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번 국감에서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여부 자료 요청에 대해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파악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기관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지 않는 이상, 친인척 재직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채용전형 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어 친인척 재직여부를 파악할 수 없으며 관련정보와 무관하게 채용했다”고 답변했다.
[자료=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도 “정규직 전환 시 친인척 재직여부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며, 블라인드 채용 등으로 인해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해도 임직원이 참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
이에 더해 고용세습 논란을 낳은 서울교통공사도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여타 공공기관 역시 채용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유성엽 의원은 “몇 해 전만 해도 (채용비리 의혹이 있을 경우)지원서와 점수표를 보면 친인척 관계 및 특혜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요즘은 의혹이 있어도 친인척 관계 정보가 없으니 채용비리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블라인드 채용에서 연필 등으로 지원서에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이는 인맥이나 학력 등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 kilroy023@newspim.com |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도 가족관계 자료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 조사가 필요한 경우엔 설문조사 이상의 수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용세습 및 채용비리 관련 전수조사는 전적으로 기관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며 “경기도가 전수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을 기점으로 서울시와 정부도 조속히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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