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과 인도가 지난 29일, 통화위기 등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750억달러(약 80조원)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9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필요할 때 서로 통화를 조건 없이 사용하는 국가 간 계약인 통화스왑을 맺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통화스왑 금액은 2국간에 체결한 통화스왑으로서는 최대 규모”라며 “일본과 인도가 중국을 의식해 양국 협력 강화를 확대하는 등 밀월 관계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일 첫날 아베 총리의 별장이 있는 야마나카 호수 근처 호텔 정원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일본과 인도는 지난 2011년 처음 1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그 후 2013년 500억달러로 규모를 늘렸다가 2015년 종료한 바 있다. 이번 3년 만에 통화스왑을 재개하면서 경제성장이나 양국 관계 등을 고려해 규모를 추가로 1.5배 늘렸다.
인도가 요청하고 일본이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인도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달러화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루피화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10% 이상 하락했으며, 투기적인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경제 불안 리스크도 높아졌다.
한편, 일본에게 있어 인도는 인프라 개발 등 경제 협력 여지가 큰 나라이다. 아베 총리도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관계”라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넉넉한 외화보유고를 자랑하는 일본으로서는 조기에 안전망을 확충해 두고 싶어 하는 인도와 통화스왑을 체결함으로써, 향후 협력 강화를 위한 유효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로 지적되는 게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다. 신문은 “일본과 인도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국을 의식해 금융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모디 총리를 야마나시(山梨)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했다. 아베 총리가 해외 정상을 별장으로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모디 총리가 아베 총리를 자신의 고향인 구자라트로 초대한 것에 대한 답례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4월 모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毛沢東)이 별장지로서 좋아했던 동호(東湖)로 초대해 주변을 산책하며 격의 없는 정상외교 모습을 연출한 것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바로 직전 26일 중국과도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과 맺은 협정은 인도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일본의 은행이나 기업이 위안화를 조달하기 쉽도록 한 것으로 위기 시 중국을 도와준다는 의미는 없다. 또 일본이 오랜 시간 중국에 요청해 이루어졌다는 점도 인도와는 사정이 다르다.
(좌)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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