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으로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 넘겨진 데 이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차장(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임 전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박 전 처장 조사에 들어갔다. 박 전 처장은 ‘(재판거래 등) 지시를 본인이 하셨느냐, 양 전 원장이 하셨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말씀은 조사과정에서 해야 할 것이라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박근혜 정부인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삼청동 공관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일본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조치를 논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등 임 전 차장 혐의와 상당 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당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정무수석 등도 함께 모였다. 박 전 처장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를 총괄했다. 이 기간 동안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실장에서 2015년 8월 차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월 조사를 통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판결을 늦춰달라고 법원행정처장에 요구했다”고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김 전 실장 진술에 미뤄 당시 사법부는 박 전 처장이,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이 각각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의 종착지가 박 전 처장 ‘윗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향하는 이유다.
왼쪽부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핌DB] |
강제징용 재판은 2005년 첫 소송이 시작돼 원고의 1·2심 재판부 패소 판결 뒤 2012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이듬해 서울고법은 “피해자들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2013년 8월 접수된 사건이 5년 동안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박 전 처장이 김 전 실장 등과 만난 시기와도 겹친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검찰이 사법농단을 본격적으로 수사하자, 7월이 돼서야 대법원에 회부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신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이 임 전 차장에게 지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비롯해 약 30개 범죄 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242쪽의 공소장 중 강제징용 재판 혐의가 27쪽에 걸쳐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의 박 전 처장 조사 결과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조사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농단에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핵심”이라며 “(임종헌과 양승태의) 연결고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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