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년부터 탑승수속을 밟은 후 비행기에 타지 않는 승객에 대해 최대 32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를 통해 항공기 지연을 막고 다른 승객들의 탑승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이 일부 아이돌 극성팬들의 행동에 대한 '고육지책' 차원에서 수수료 인상을 강행했다는 말이 나온다. '스타'를 보기 위해 출국장까지 쫓아와 이륙 직전에 티켓을 취소하는 일부 팬들 때문에 항공사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각사] |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부터 탑승수속 후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승객에게 현재보다 20만원 오른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발권일 기준 대한항공은 1월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은 1월10일부터 적용된다.
눈에 띄는 점은 양사 모두 항공권 구입 후 취소를 통보하지 않은 채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고객에 대해선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하되, 탑승수속 후 출국장에 나갔다가 취소하는 승객에 대해서만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출국장 입장 후 탑승을 취소하는 승객에 대해 △장거리(미주·유럽·중동·대양주·아프리카 등) 32만원 △중거리(동남아·서남아·타슈켄트 등) 27만원 △단거리(한국·일본·중국·홍콩·대만·몽골·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 등) 25만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노쇼 패널티보다 20만원씩 할증된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노쇼 고객에겐 기존과 같이 △한국 출발시 10만원 △해외 출발시 100달러를 부과하지만 탑승수속 후 취소하는 고객에겐 △한국 출발시 30만원 △해외 출발시 300달러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수수료 인상 배경에 대해 항공기 정시 운항을 제고, 다른 승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수하물 하기 등 추가 작업 발생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과 그로 인한 다른 고객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페널티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승객이 이륙 직전 항공권을 취소하면 항공사 입장에선 손해가 크다. 현장에서 대기 중인 승객이 있더라도 이들을 태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해당 좌석을 비운 채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취소 승객이 면세품 환불 및 출입국심사대 통과, 위탁수하물을 찾는 과정까지 항공사 직원이 동행하며 지원해야 해 추가적인 인력 배치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일부 아이돌 팬들의 '지나친 스타 사랑'이 항공사들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항공권을 구입, 출국장까지 함께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는 팬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심지어 이들이 단순히 게이트 앞까지만 가는 게 아니라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륙 직전에 내릴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수하물 하기 등의 이유로 이륙 지연이 불가피한데다 항공규정상 전 승객이 다시 보안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오후 홍콩에서 서울로 향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는 한 아이돌그룹의 팬 3명이 갑자기 이륙 직전 하기 의사를 밝혀 전체 승객 360여명이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보안검사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여객기가 1시간 지연되는 등 모든 승객이 불편을 겪었으나 대한항공은 해당 팬들에게 소액의 수수료를 제한 항공요금을 그대로 환불해줘야 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륙 전 항공권 취소는 항공기 지연 등 다른 승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자구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이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0월 국감 당시 관련 지적을 받고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재하기가 어렵다"며 "아이돌 극성 팬들로 혼잡이 발생하면 경비 직원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여객 서비스 직원들은 다른 이용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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