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대법원이 의약품 첨가물인 염을 변경해 만든 개량신약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약사들이 더는 이 같은 개량신약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출시한 챔픽스 염 변경 개량신약 판매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는 전날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텔라스가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코아팜바이오는 2016년 아스텔라스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염을 변경한 개량신약 '에이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를 출시했다. 염은 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이다.
이에 아스텔라스는 코아팜바이오가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애초 베시케어의 물질특허는 2015년 12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회사는 존속기간 연장 방법을 통해 2018년 7월까지 늘리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그러나 코아팜바이오 측은 베시케어와 다른 성분의 염을 사용했기 때문에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존속기간 연장된 특허의 효력은 원조의약품과 똑같은 의약품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중앙지법 1심, 특허법원 항소심에서 모두 코아팜바이오가 승소했으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아스텔라스의 손을 들어줬다. 염 변경 개량신약 제품으로는 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 국내 제약 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염 변경 개량신약을 내놓으며 특허 회피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의 약물은 180여 개가 넘는다.
이번 판결로 원조의약품 개발사들이 염 변경 개량신약을 내놓은 제약사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도 있다. 또 코아팜바이오의 에이케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제품들의 경우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
가장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최근 화이자의 금연 치료제 '챔픽스'의 염 변경 개량신약을 출시한 국내사들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11월13일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챔픽스의 물질특허 기관을 2020년 7월19일로 연장했다. 그러나 30여 개의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11월13일에 맞춰 염 변경 의약품을 출시했다. 염 변경 제품인 만큼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현재 챔픽스 관련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앞서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내달 1일 특허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다. 또 화이자가 현재 판매 중인 염 변경 개량신약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
챔픽스 복제약을 판매하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었던 국내 제약사들은 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약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익창출원(캐시카우)이 필요한데, 이번 대법원판결로 인해 업체들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며 "염 변경 개량신약을 단순 복제약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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