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심지혜 기자 = LG그룹의 핵심계열사들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권영수 ㈜LG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과 전자계열사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
권영수 ㈜LG 부회장. [사진=LG] |
15일 열린 LG전자 주총에서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신 권 부회장이 기타 비상임이사로 합류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같은날 LG디스플레이 주총과 이사회에서도 권 부회장은 기타 비상임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뽑혔다.
권 부회장은 이날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이사회 직후 뉴스핌과 만나 "방금 이사회에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라며 "투명 경영을 위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흐름에 맞추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 역시 이사회 의장과 CEO 분리를 택했다. 지난해말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이 CEO로 선임됐고, 전 CEO였던 박진수 부회장이 회사에 남으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또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CEO(하현회 부회장)와 이사회 의장(권 부회장) 분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권 부회장의 이야기처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대기업들은 경영투명성 제고와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위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미 CEO와 이사회 의장이 다르고, SK 역시 이번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방침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이같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분리했다는 것이다. 다만 지주사인 ㈜LG의 경우 '구광모의 젊은 LG' 체제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의장 분리는 단시일내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편 이번 주총 결과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 권 부회장, 정도현 사장 등 3인의 사내이사 체제가 됐다. 조 부회장이 CEO,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정 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 구도다.
특히 권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주목받았다. 지주사 부회장으로 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LG전자·디스플레이·유플러스 등 3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 통신 계열사들과 구 회장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구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단행한 스팟 인사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당시 LG유플러스에 있던 권 부회장과 지주사에 있던 하 부회장의 자리를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권 부회장을 본인의 옆으로 불러 구광모 체제 안착을 돕도록 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와 CEO를 분리하면서 이사회의 책임과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여기에 권 부회장을 통해 전자·통신 계열사간 의사결정 조율, 그룹 비전 공유 등도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고(故) 구본부 전 회장이 병석에 누운 이후 그룹 경영을 맡았던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LG전자와 LG화학 등의 등기이사직에서도 퇴임,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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