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 차장이 이번주 들어 청와대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난관에 부딪힌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활로를 찾기 위해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친 김 차장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문제가 아닌 안보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는 점은 이채롭다. 여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김 차장은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비롯해 한·벨기에 정상회담 등의 청와대 일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차장의 임무와 목적지에 대해 일절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국내에 없다는 것에는 인정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yooksa@newspim.com |
이같은 상황에서 김 차장이 미국을 극비리에 방문,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측근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27일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김현종 2차장이 25일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해 쿠퍼먼 부보좌관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김 차장이 위기에 처한 북미 비핵화 협상 등의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미는 그동안 갈등설이 나올 정도로 이견이 적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해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일괄 타결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이견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특히 북한은 단계적으로 동시 비핵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의 중재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굿 이너프 딜'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외교가에선 이를 미국의 일괄 타결보다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론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한미가 비핵화 해법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런 상황에서 김 차장이 미국이 대표적인 대북정책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측과 접촉하면서 다소 멀어진 한미 관계를 봉합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다시 재개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방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차장은 미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로스쿨 등을 나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제6차 세계무역기구 한국측 수석대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합동각료회의 공동의장, 21대 유엔(UN) 주재 대사 등을 지낸 통상 전문가다.
외교가에 따르면 김 차장은 미국통으로 한미 FTA 협상 등을 진행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얄미울 정도로 협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미국 행정부에서도 인정하는 몇 되지 않는 협상의 귀재"라고 평했다.
김 차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의 북미를 잇는 정상외교를 통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현재 한미 간 이견이 크다는 일부 언론매체의 지적에도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섣부른 대응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제 비핵화 협상의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김 차장이 한미 간 이견을 좁히고 한미, 북미 정상 간 삼각외교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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