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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치의의 스포츠 이야기] 유럽축구 비시즌... 선수들이 치르는 또 하나의 전쟁

기사등록 : 2019-07-0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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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평화의 시기란 없다.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가 있을 뿐이다. 세상에서는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전쟁에 관한 명언 중 하나다.

흔히 축구를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축구에서도 평화로운 휴식기란 없다. 휴식기는 곧 시작되는 새로운 시즌,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다.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 선수들의 모습. [사진= 로이터 뉴스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시티를 상대로 볼 경합을 벌이는 토트텀의 손흥민. [사진= 로이터 뉴스핌]

시즌이 끝나면 병원이 조금 바빠진다. 휴식기를 맞아 찾아오는 선수 때문이다. 황희찬, 이재성 등 국가대표 해외파 선수들도 찾아온다.

물론 10~20여년 전만 해도 병원은 부상을 당해야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즌이 끝나면 ‘포스트 시즌 검사(Post season Physical Examination)’ 를 한다. 시즌이 끝난 직후 전체적인 신체 상태를 점검하는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체크하고, 이를 바탕으로 휴식기에 어떤 훈련으로 어디를 강화시켜야 하는지 결정한다. 훈련을 마치고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프리 시즌 검사(Pre season Physical Examination)’를 한다. 이는 휴식기 훈련의 성적표이자, 다음 시즌을 치를 때 어떤 점을 주의할 지에 대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선수는 이 같은 검사를 통해 예를 들어 “발목의 인대가 부상당할 확률이 크니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전쟁을 방불케하는 시즌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코스다. 이 같은 검사를 받는 건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은 선수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2002년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치의를 한 뒤 직접 병원을 설립한 건, 독일의 스포렉처럼 의료진과 스포츠 재활 전문가들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는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전문 선수를 대상으로 이 같은 진단과 치료를 하다보면 ‘정말로 이런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선수가 아니라 일반적인 스포츠 마니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전문 선수들은 팀닥터 등 주변에 몸을 챙겨주는 사람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나 주말마다 조기 축구에 나가는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 중에는 부상의 위험을 모른 채 운동하다가 덜컥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다.

사전에 간단한 X레이 촬영 한 번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부상인 경우도 많다. 상대와 부딪혀서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것 같지만, 사실 그런 부상도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부딪혔기 때문에 인대나 뼈가 이겨내지 못한 경우도 많다.

조기축구나 배드민턴이라고해서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승패를 향해 치열하게 뛰는 건 풀뿌리 축구라고 해서 조금도 가볍지 않다.

10년 전과 달리 이젠 프로 선수에게 부상 방지를 위한 건강 검진이 상식이 된 것처럼, 앞으로 10년 후에는 일반인 스포츠 마니아도 부상 방지 건강 검진을 받는 게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상을 당하고 나면, 당하기 전에 사전 조치를 하는 것보다 50배가 넘는 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다쳐서 수술할 환자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그 편이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훨씬 낫다. 차제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정책적인 뒷받침도 있다면 좋겠다. /김현철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장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2006년 월드컵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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