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권민지 기자 = "이미 해외로 공장을 옮긴 업체들도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은 규제가 약한데 해외로 공장을 옮긴 4곳 중 2곳은 캄보디아로 갔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가 '소재 국산화'를 언급했으나 화학업계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의 규제로 국내 사업장을 해외로 옮겨야할 형편이라는 얘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소재 국산화 기조에 대한 화학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규제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사업장 철수를 고민하는 반면 대기업은 부담 완화를 위한 방책을 고민 중이다.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전경 [사진=환경부] |
화평법과 화관법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2012년 구미 불산사고 이후 만들어졌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모든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기존 화학물질의 경우 1톤 이상 제조·유통할 때, 신규 화학물질의 경우 100킬로그램 이상 제조·유통할 때 새로운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기업의 규모에 관계 없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전체 화학물질 취급업체 중 9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은 더욱 크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부는 화학물질 등록 컨설팅 비용의 90%, 최대 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중소화학기업이 화평법, 화관법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반응은 싸늘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물질의 종류, 개수에 따라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데 500만원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며 "화학물질을 등록하려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설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비용 부담은 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설비를 등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설비를 증설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며 "대기업 중심의 여수 산업단지는 영향이 덜하지만 중소기업이 모여있는 경기 시화·반월과 울산 지역은 가동을 중단한 곳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기업은 업계간 협업을 통해 비용 부담을 분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6일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로 구성된 '화학물질 공동등록 컨소시엄'을 발족해 화평법 등록대상인 기존 화학물질 공동등록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절차상 복잡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분담하는 차원에서 업계의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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