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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나랏말싸미',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미·감동 더했다

기사등록 : 2019-07-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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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송강호)은 모든 신하의 반대에도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박해일)와 백성을 위해 나라의 글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한글 창제에 관한 설은 다양하다. 하지만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과 한글을 만들었다는 게 오랜 시간 정설로 통해왔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사실로 여겨지는 이 학설에서 과감히 벗어난 작품이다. 세종이 죽기 전 신미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란 법호를 내렸다는 짧은 역사 기록이 뼈대가 됐다. 여기에 신미와 승려들이 한글을 완성했다는 가설을 살로 붙였다.

사실 이 작품은 ‘학습’과는 거리가 먼 역사 영화다. 대부분 허구에 가깝다. 신미 관련 기록의 진위도 확실하지 않고 한글의 자음, 모음의 탄생 과정 등도 훈민정음 해례본과 다르다. 하지만 이건 큰 의미가 없다. ‘나랏말싸미’는 특정 역사 기록을 고치거나 한글 창제에 대한 기존 학설을 반박하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조철현 감독은 단순 역사가 아닌 사람에 집중했다. 세종과 신미를 넘어 소헌왕후, 수양, 안평, 스님, 궁녀까지 동원한 이유다. 한글 창제란 큰 숙제를 놓고 모인 다양한 사람들. 이들은 끊임없이 부딪히고 싸우고 마침내 성취한다. 조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올바른 길을 가려는 사람들의 진심과 고뇌, 그리고 강인함을 조명한다. 그간 본 적 없는 세종의 쓸쓸한 얼굴과 마주하는 것도 흥미롭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는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이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싶을 때면, 기다렸다는 듯 유머 코드가 등장해 관객을 웃게 한다. 때로는 말장난이,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되기도 하는데 그 수위가 적절해 불편하지 않다.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들의 연기는 출발부터 의심의 여지 없는 조합이었다. 그중에서도 시선이 오래 머무는 이는 소헌왕후를 연기한 고 전미선이다. 그는 특유의 단아한 매력과 절제된 연기로 소헌왕후에 입체감을 더한다. 내면 연기부터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놓칠 게 없다. “주저앉지 말고 거길 딛고 일어서서 계속 가라”는 소헌왕후의 유언은 영화와는 별개로, 고인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해 마음을 울린다. 24일 개봉. 전체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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