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이동걸 산업은행장).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기업으로 경영 능력을 갖춘 인수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최종구 금융위원장)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의 양대 수장이 흥행을 자신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다소 밋밋해졌다.
SK·한화·GS 등 주요 대기업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인수전 흥행은 사실상 실패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향후 전략과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이 진행한 전날 예비입찰에는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GGI 컨소시엄, 애경그룹 등 3곳이 참여했다.
매각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온 세 곳은 예상대로 참여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국내 대기업의 '깜짝 입찰'은 결국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 단계부터 SK·한화·GS 등은 본인들이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시장 안팎에선 유력후보로 꼽으며 참여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항공업 라이선스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업은 규제가 까다로워 인수·합병(M&A)가 아니면 사실상 진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채권단이 흥행에 자신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7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내가 사고 싶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장에선 이번 입찰을 두고 '사실상 참패'로 평가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이 충분한 곳은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유일하다.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애경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부족해 2조원 안팎의 가격이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을 품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모펀드인 KGGI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각에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그간 고수해온 통매각 원칙을 버리고 분리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기업이 빠진 인수자들의 면모를 볼 때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포함한 6개의 자회사를 전부 인수하기에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매각 주체가 분리 매각을 원하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 참여자를 보면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재매각에 나선다 해도 대기업들의 참여가 불분명한 상황을 감안하면 산업은행도 분리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도 내려갈 공산이 높다. 최종인수협상 대상자가 선정돼 본격적인 입수협상이 시작되면 가격을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진행될텐데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에 무게를 둔다면 가격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예비입찰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곳이 금호산업인 만큼 매각 절차를 지켜보고 '유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때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것.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 기업이 없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금 채권단이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금호산업은 오는 10일 적격인수 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10~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하고 12월 중 주식매매계약 등 연내 매각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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