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평양 방문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차 방중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북한 매체 보도와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국무위원은 지난 2일 평양에 도착해 리용호 북한 외무성과 회담을 가졌다. 왕 부장은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임을 강조하며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달성한 주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함께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로이터/VOA캡쳐] |
◆"북중 모두 김정은 방중 필요"…대규모 열병식서 친선 과시 가능성
왕 국무위원이 북중 수교 70주년과 정상 간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요청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왕 국무위원은 4일 귀국 전 김 위원장을 예방해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며 5차 방중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인 역사적 해이고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답방이 필요한데다 북한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하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중국도 한반도 문제 해결,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을 경우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인 10월 1일이나 북중 수교일인 같은 달 6일 전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10월 1일 톈안문 광장에서 열릴 대규모 열병식에 시 주석과 나란히 참석할 경우 북중 친선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 교수는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어 이번 만남에서도 남북, 북미 대화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했을 수 있다”며 “9월 유엔총회 전 북미 간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의 방북에 이은 김 위원장의 방북, 북중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대화 재개는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 재개된 이후 여러 번 나타났다. 왕 국무위원의 지난해 5월 3~4일 방북 직후인 같은 달 7~8일 김 위원장은 중국을 찾았다. 1·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나 ‘작전 회의’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중, 경제·군사 협력도 강화
북한이 실무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중국도 무역협상, 홍콩문제 등으로 복잡해 이번에는 전과 같은 일정이 반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절반’으로 평가하며 “과거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한 직후 입장을 조금 다르게 한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 시 주석으로선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번 방북을 통해 전방위적 분야의 북중 협력도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 국무위원과 리 외무상의 회담에서 중국 측에서 왕빈난 상무부 부부장, 덩보칭 국가국제발전협력서 부서장이, 북측에서 오룡철 대외경제성 부상이 배석한 점을 보면 양국의 경제협력 의지를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왕 국무위원 방북과 관련해 공개된 내용만 보면 북중 간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의제였던 것 같고 지난달 김수길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만큼 군사와 관련한 논의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한반도 문제는 서로의 입장을 교환하는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비비핵화 협상에 있어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겠지만 협상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주려는 입장은 아닐 것이고, 북한도 올해 남은 4개월이 길지 않은 만큼 북미협상 구도를 어느 정도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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