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현대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 경영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업계 업황 악화에 현대카드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IPO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이하 어피너티)가 현대커머셜에 지배력을 행사해 현대카드의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카드 주주구성. [자료=금융감독원] |
10일 카드업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카드는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EF)를 발송했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22일까지다.
유일한 동종업계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한 현대카드의 몸값은 1억6000억~1억7000억원 사이다. 2년전 어피너티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현대카드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와 차이가 없다.
이에 일각에선 어피너티가 현대카드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현대카드가 IPO에 차질을 빚을 경우 어피너티가 단기간 내 엑시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체질 개선을 통해 몸값을 끌어올린 뒤 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논리다.
현재 어피너티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2석의 사외이사 추천권과 비토권을 갖고 있다. 특히 현대커머셜과 지난 3월 특별결의의 경우 소수 주주, 즉 어피너티가 지명한 이사 1인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특별결의에는 회사의 합병·제휴·해산, 영업의 양도,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IPO 등이 담겨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설치·변경, 위원의 선·해임, 위원회에 대한 권한의 위임 등 인사권도 포함됐다. 또 어피너티 측 사외이사는 현대커머셜 이사회 내 모든 소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현대커머셜의 기업 경영 전반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에서 어피너티를 배제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
어피너티가 현재 다른 FI들과 함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갈등으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중재중인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재 어피너티 측과 신 회장 측은 '공정가치' 산정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할 때 필요한 비교 대상(피어그룹) 산정과 가치산정 기준시점 등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현재로선 현대차도 FI들과 같은 문제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지난 8월 내놓은 반기보고서에는 '계열회사인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주식에 대하여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콜옵션과 풋옵션이 있다. 옵션의 행사가격은 IPO 이전에는 현대카드 지분의 공정가치이고 IPO 이후에는 30일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라고 명시돼 있다. 공정가치 산정 방식에 대해 디테일한 합의가 없었다면 현대카드 역시 '교보생명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ICC 중재에는 통상적으로 1년 반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해득실에 관한 셈법이 그만큼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 회수기간이 길어지면 내부수익률(IRR)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어피너티가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어피너티는 또한 지난 2017년 주방용품 전문업체 락앤락 지분 65.56%를 인수한 뒤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다만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대한 지분이 제한적이라는 점, 그동안 교보생명과 현대카드·커머셜 외에 국내 금융사에 투자한 경험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때 어피너티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선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가진 23.99%의 지분을 향후 현대커머셜이 인수, 정태영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2017년 2월 어피너티와 함께 현대커머셜은 2981억원을 투자, 지분 11.48%를 보유한 기아자동차를 제치고 현대카드의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현대커머셜 지분 12.5%를 보유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됐다. 만약 정 부회장이 이를 인수할 경우 36.4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그동안 현대차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에 대한 출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그룹 내 제조계열사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축소됐지만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에 대한 지분을 확대해왔다.
결국 이번 현대카드의 IPO 추진이 현대차그룹 내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 부회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맡길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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