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의 금융 자회사가 발행한 수익률 0.0000000091%짜리 회사채와 12%의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중국 건설업체 카이사 그룹 홀딩스의 정크본드가 나란히 뜨거운 매수 열기를 연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제로 금리와 보기 드문 고수익률을 앞세운 두 개 회사채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지만 입찰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투자자들은 매력적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과 이른바 ‘서브 제로’ 시대에서 비롯된 촌극이라는 해석이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요타 모터스의 금융 자회사인 도요타 파이낸스가 25일 발행할 200억엔(1억8400만달러) 규모 3년 만기 회사채의 발행 금리가 0.0000000091%로 결정됐다.
이는 일본 회사채 발행시장의 사상 최저 기록에 해당한다. 역대급 저금리에도 입찰 대기 자금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이 채권 인수를 주관하는 투자은행(IB)의 얘기다.
수익률만 고려할 때 도요타 파이낸스의 신규 회사채에 10억엔을 투자할 때 연 이자 수입이 1엔도 안 되지만 트레이더들이 ‘사자’에 뛰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일본은행(BOJ) 트레이드’가 배경이다. BOJ는 통화정책 완화의 일환으로 BBB 혹은 그 이상의 신용등급을 평가받는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정기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1~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BOJ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대상이다.
BOJ의 매입 가능성이 높은 회사채를 발행 시점에 사들여 높은 가격에 매각, 자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도요타 파이낸스의 사상 최저 수익률 기록은 BOJ의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초래한 채권시장 왜곡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다이와증권의 오하시 도시야스 신용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BOJ가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높은 값에 사들이면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BOJ는 오는 24일과 내달 29일 각각 1250억엔과 1000억엔 규모로 회사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대규모 자산 매입이 이후에도 이어질 여지가 높기 때문.
다른 한편에서는 정크 등급의 중국 건설업체 카이사 그룹 홀딩의 회사채 발행에 뭉칫돈이 몰려 들었다.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이 15조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12.25%의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달러화 표시 회사채에 투자자들은 흥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특히 미국 투자자들이 20%에 달하는 물량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75~2.00%까지 떨어뜨린 데 이어 올해 세 번째 금리인하가 점쳐지는 상황에 고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채권 발행에 앞서 지난달 보스톤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카이사의 로드쇼는 주요 IB와 자산운용사의 머니매니저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6%마저 위태로운 상황이고, 이에 따른 건설 업계의 실적 악화와 디폴트 리스크가 구조적인 악재로 자리잡고 있지만 월가는 고수익률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채권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중국 건설업계의 회사채의 고수익률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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