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강남 재건축시장이 잇단 규제로 직격탄을 맞자 철옹성과 같던 압구정동 아파트값도 흔들리고 있다. 대출이 막힌지 2주가 되자 일부 매물은 매도호가가 ′12·16 대책′ 이전보다 1억원 넘게 하락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시장은 12·16 대책 직후 매수 문의가 끊겨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및 시가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일부 지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 초강력 세무조사 예고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매수세가 위축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
지난 1976~1987년대 준공한 압구정 현대·미성·한양 등 아파트는 모두 재건축 초기 단계로 전셋값이 매맷값 대비 20~30% 수준이다. 예전에는 아파트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해 전세를 끼고도 일부 추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12·16 대책 이후 대출이 금지되자 전세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순수 본인 자금력으로 치러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이 커진 셈이다.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 140.9㎡는 현재 층수에 따라 29억~30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매도호가가 31억원에 달했던 12·16 대책 이전과 비교해 평균 1억원은 빠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3일 29억9000만원(8층), 지난 8월 29억4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인근 현대14차 전용 84.98㎡ 현재 층수에 따라 27억~28억원에 매매거래가 가능하다. 시세가 28억~29억원에 달했던 12·16 대책 전과 견줘 볼 때 매도호가가 1억원 정도 내렸다. 다만 아직 실거래가와 비교했을 때 매맷값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 10월 24억5000만~2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업소 사장은 "현재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적다 보니 아직까지 실거래가 밑으로 시세가 내리진 않았다"며 "하지만 대책 발표 이전과 매도호가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일부 나왔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사장도 "집주인들이 급하게 매도에 나서지 않아 일부 매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책 이전과 비슷한 매도호가를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대출은 막히고 보유세 증가,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등 영향으로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도 없어 시장이 잠잠하다"고 전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들의 매도호가가 급락하는 분위기다. 일부 단지에서는 2억원 이상 내린 매물들이 출연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49㎡는 현재 인기층인 중층 이상 매물이 19억8000만~20억원에 거래가 가능하다. 12·16 대책 발표 이전에는 인기층은 22억원대에 달했고 비인기층인 저층도 매도호가가 최소 21억이었다. 대책 발표 전 매도호가가 25억원을 웃돌았던 전용 82.51㎡도 현재 23억원에 거래가 가능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매도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했다. 대부분 20억~21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 이 단지 전용 76.79㎡는 현재 19억8000만~19억9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전용 84.43㎡는 대부분 22억 후반대~23억원 이상이지만 일부는 최고 실거래가(23억) 보다 낮은 22억 초중반대에 거래가 가능하다.
잠실동 C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앞서 분양가상한제가 발표될 때만 해도 공급 위축 우려로 급매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며 "지금은 대출이 막히자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매도호가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