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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김정은,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남북 관계복원 메시지"

기사등록 : 2020-03-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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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김정은 친서가 원래 계획…김여정 담화는 돌발적"
문성묵 "문대통령 답신에 '보건협력·개별관광' 담겼을 듯"

[서울=뉴스핌] 노민호 허고운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코로나19 위로친서'를 두고 각종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친서를 보내기 전날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명의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이중적 행태'로 읽힐 수 있는 행보를 보였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위원장의 친서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문을 별개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친서 교환 자체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특히 보건협력과 개별관광을 두고 향후 남북 간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쳤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고유환 "김정은,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남북 정상 다시 가까워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 보통 국가의 정상들이 통상적으로 보내는 친서"라며 "상대 국가의 재난을 위로하고 빠른 극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는 보통 있는 일"이라며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로전과 위로금을 보낸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일련의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에 게재하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고 교수는 "(중국 때처럼) 남측에도 적극적으로 극복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 것"이라며 "단 (중국과의 관계는 원래 돈독한 반면) 소강국면에서 남북정상 간 친서를 교환했다는 것은 사이가 다시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반도 정세를 언급한 부분에 주목하며 "북한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전'을 선언했지만 대북제재·압박은 지속되고 있고, (코로나19에 대응해) 셀프 봉쇄까지 해놓은 상황"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공동선언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관계를) 복원하자는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뉴스핌 DB]

◆ 박원곤 "김여정 담화는 돌발적…김정은 친서가 원래 北 계획"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친서와 김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담화를 함께 두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김여정 담화는 감정적인 돌발행동"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가 북한의 원래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초특급 방역'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이른바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는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남한과의 관계 회복 수순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고, 코로나19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2월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여파에 따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관계를 끊었다"며 "약 1년 만에 다시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개별관광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분위기 조성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은 외화난 극복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남한 관광객 유치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만약 한국 정부가 머지않아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는데 성공한다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절실한 보건의료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문성묵 "문대통령 답신에 보건협력·개별관광 제안 담겼을 것"

문 대통령은 5일 김 위원장에게 답신을 보냈다. 청와대는 구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감사의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답신에 보건협력과 개별관광 등 남북 간 주도적 공간 확보를 위한 일련의 제안이 담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청와대가 답신의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지만 보건협력과 개별관광 등 남북이 할 수 있는 구상이 담겼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막혀있던 상황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일종의 기회인 것"이라고 말했다.

단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만을 가지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 등을 기대하는 건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문 센터장은 "속도감 있는 남북관계 발전은 북한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하는 것"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은 대북제재에 저촉이 안되니 현재도 가능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형태로는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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