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미국 에너지 회사채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0억달러(약 13조1000억원)에 가까운 미국 에너지 기업 회사채들이 '부실채권(distressed)'과 등급으로 취급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州) 미드랜드 인근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펌프가 작동하는 모습. 2017.03.05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ICE)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석유·가스 회사들이 발행한 9360억달러 규모의 채권 가운데 약 12%에 해당하는 회사채의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보다 10%포인트(1000bps) 이상 높은 가산금리를 기록 중이다. 통상 금리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지면 시장 참가자들은 부실채권과 등급으로 본다고 FT는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정크등급(BBB 바로 아래)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 규모는 전체 936억달러 가운데 1750억달러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부실 채권급으로 간주되는 비중은 약 3분의 2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은행 씨티의 마이클 앤더슨 전략가는 "분명히 디폴트 위험히 상당 부분 존재한다"면서 "많은 회사채가 디폴트나 채무재조정이 유력해보이는 '위험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 회사채 가격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전쟁'을 선포, 유가 폭락을 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 3년 간의 원유 감산 공조를 깨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4% 이상 폭락했다. 이날에는 10% 넘게 반등했으나 배럴당 34.36달러로 지난 1월 고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전날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SM에너지의 4억77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 가격은 50% 이상 폭락했다. 지난 6일 1달러당 90센트에 거래되던 이 회사채는 전날 42센트로 주저앉았다. 미국 캘론 페트롤리움과 오아시스 페트롤리움 회사채 모두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하락에 취약하다. 생산성이 낮아 순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는 유가 수준이 배럴당 약 50달러로, 다른 해외 업체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에너지 회사채 기피 현상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해하는 미국 석유·가스 기업의 채권 규모는 약 270억달러다.
에너지 기업 채권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미국 회사채 시장 전반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말 캐피털의 찰스-헨리 몬차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정크등급 회사채 가운데 다수가 에너지 기업과 관련됐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파산 위기에 놓여있으며 이는 분명히 신용시장 전체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미국 CNBC방송에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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