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금융청이 최근 '도시 봉쇄'(록다운)에 대비해 금융업계에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한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지난 27일 각 금융사에 록다운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한 일본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당국과 업계 사이에 코로나19 대응 방안 얘기가 오갔지만, 최근 록다운 얘기가 나오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의 도쿄 봉쇄 조치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일본 정부가 4월 첫째주에 도쿄를 봉쇄할 것이라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30일 일본 도쿄의 한 대형마트 식료품 선반이 텅 비어있다. 해당 선반은 평소 파스타와 카레 등이 놓여있었으나 도시 봉쇄 불안에 사재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일부 물건을 남기고 모두 팔렸다. [사진=현지 유학생 제공] |
도쿄 봉쇄와 관련해선 지난 23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고이케 도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태 향후 추이에 따라서는 록다운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은 상당해진 상태다. 도쿄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29)은 "도쿄 분위기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나오는 기사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기사에는 꽃놀이를 가는 사람들 얘기도 나오지만 실제 분위기는 약간 아포칼립스(대재앙) 느낌"라며 "직장인이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일 수록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는 식료품 사재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한 회사원(34)은 "슈퍼 여러곳을 돌아서 겨우 식재료를 산 적도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고이케 지사의 발표 이후 일부 수도권 슈퍼마켓에서는 입장제한을 해야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봉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 회사원(29)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최근 재택근무 수위를 점점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쿄역 인근 오피스 밀집가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해서 몇몇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은 거의 다 재택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4월 첫째주에 도쿄가 봉쇄될 거라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이날 "4월 1일 긴급사태, 2일 도시 봉쇄라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그런 사실은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부정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도쿄 봉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봉쇄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고, 외출 자제 요청에 따르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설명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코로나19대책담당상은 29일 NHK '일요토론'에 출연해 "해외 같은 강력한 강제력을 갖고 억제하는 건 법률상으로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률상으로 어려울 뿐이지, '사실상' 봉쇄는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조간에서 "아베 총리는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도 대규모 행사 자제와 임시 휴교를 요청해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했다"며 "총리나 지사의 요청만으로도 유럽같은 도시 봉쇄는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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