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던 기간에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가 이제 우리나라를 추월해 아시아에서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아졌다.
인구 수 약 580만명으로 한국보다 9배가 적지만 누적 확진자 수는 1만2075명에 달했다.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일일 확진자는 전날까지 나흘 연속 1000명을 넘다가 24일(현지시간) 897명으로 내려갔다.
싱가포르의 누적 확진자 수는 4월 1일까지만 해도 1000명 가량에 머물렀으나 한 달 도 안 돼 10배 급증했다. 이 중 8000명 이상이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로 파악됐다.
싱가포르 당국이 봉쇄 지역으로 지정한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거주자들이 아침식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싱가포르는 3월 초까지만 해도 대만·홍콩과 더불어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으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사는 비좁은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다 개학을 성급히 강행해 지역사회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30만명 가량의 이주노동자들이 정식 기숙사나 공장을 기숙사로 전용한 숙소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기숙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비좁은 방에서 수십명씩 모여 생활하고 공동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위생 상태가 열악한 화장실을 20명씩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를 치료하던 중 사스에 감염됐던 싱가포르의 감염병 전문가인 렁 호이 남 박사는 "이러한 기숙사에서 한 사람이 10~30명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렁 박사는 현재 봉쇄 조치 완화를 검토하는 국가들에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 바이러스는 모든 종류의 사람 간 접촉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순간 다시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당국이 이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코로나19 방역을 제대로 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적어도 한 방에 2~3명씩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갑자기 찾기가 어렵다. 또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이들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를 끌어내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 3주 간 철회했던 휴교령과 비필수 사업장 휴업령을 다시 내리는 등 이른바 전염병 '회로 차단' 조치에 나섰다. 이주노동자의 노동도 잠정 금지시켰다. 이러한 조치는 6월 1일까지 연장됐다.
또한 그간 방역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이주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전국민으로 한층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아픈 사람들뿐 아니라 증상이 없는 사람도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싱가포르가 적극적인 검사로 확진자가 급증했다가 빠르게 감소한 한국과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의 검사역량은 매우 뛰어난 편이다. 지난 20일 기준 인구 백만명 당 검사 건수가 1만4500명으로, 총 8만명 이상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장관은 "무증상자도 검사하고 있는 만큼 매일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이처럼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감염이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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