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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인사이드] "준비 됐다"면서 지지부진…통합당·한국당 '조속한' 합당 언제할까

기사등록 : 2020-05-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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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시일 내 합당' 합의했지만 실무 논의는 지지부진
"저 쪽이 빨리 해줘야"…책임 떠넘기는 양당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미래통합당과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합당이 가시화되고 있다. 두 당의 수장인 주호영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과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첫 상견례를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한을 정하지 않은 '조속한 시일 내'라는 기준이 애매한데다, 통합당과 한국당 그 어느 쪽도 합당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5월 중 합당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05.14 kilroy023@newspim.com

◆ "합당은 당연히 해야"…정작 실무 논의는 지지부진

통합당과 한국당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합당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합당을 위한 수임기구 출범을 약속했다. 합당이라는 큰 목표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통합당에서는 김상훈 의원과 이양수 의원이, 한국당에서는 염동열 사무총장과 최승재 당선인이 수임기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임기구가 출범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래한국당은 오는 26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20대 국회 현역의원들이 한 데 모여 전당대회를 열고 합당에 대한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아무리 당 대표라고 해도 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지 않겠냐"면서 "법적인 절차가 있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통합당도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 통합당은 일단 합당보다 당 지도체제 확립이 급선무다. 김종인 비상대채구이원회 체제로 전환할지, 조기 전당대회를 열지 등에 대한 의견부터 모아야 하는 셈이다. 

통합당은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당선인 연찬회를 오는 21~22일 연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당의 향후 진로와 더불어 한국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 당이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함을 고려하면 26일 이후에나 본격적인 합당 절차가 시작되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5 kilroy023@newspim.com

◆ 책임 떠넘기기에 의심의 눈초리까지...분위기 묘한 통합당·한국당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당과 한국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우리 쪽은 준비가 됐는데 저쪽이 준비가 안 됐다는 논리다.

주호영 권한대행은 "우리는 무조건 즉시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전국위원회만 하면 된다. 저쪽이 빨리 해 줘야 한다"고 재촉했다.

반면 원유철 대표 역시 "우리는 총선 전 정책연대를 할 때부터 당연히 합당한다고 이야기를 해 왔고 이와 관련해 입장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다만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공백 상태가 의도치 않게 길어졌고, 주호영 원내대표의 개인적 사정으로 더 늦어지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 미래한국당 관계자도 "(통합당이) 우리에게만 (합당 준비를) 빨리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통합당부터 지도체제 등 당의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한국당이 현 지도부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서로간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래한국당 당헌에 따르면 현 지도부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다. 한국당은 29일까지 통합당과의 합당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지도부 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현 지도부 임기를 '통합당과 합당시 까지'로 바꾸는 안을 추진 중이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합당이 성사되지 않는 데 대해 여론이 나빠지니 괜히 합당을 하겠다는 약속만 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특히 합당의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원 대표가 당헌을 바꿔 임기를 연장한 뒤, 한국당을 별도 교섭단체로 두고 대표직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조수진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9일까지 모든 합당 절차를 완료하면 좋겠지만, 그 이후 며칠이라도 논의가 연장될 수 있지 않겠냐"며 "그럴 경우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공백 상태가 되는 위험은 없애놓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제 상견례에서 주호영 권한대행이 원유철 대표에게 '합당 후 공동 대표를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며 "원 대표는 이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통합 후 미련 없이 떠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해 당대표 임기를 '합당시까지'로 하되, 연장 시한을 최대 3개월(8월 30일)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편 양 측간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면서 20대 국회 내에 합당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5월 내에 합당을 하고 21대 국회를 시작하느냐 마느냐인데, 정확한 날짜를 못박지 않는 것을 보면 논의가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h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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