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에 따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이 미국 전역에 인종 차별 시위를 촉발시킨 가운데 흑인들의 경제적 현실이 새삼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소득 격차부터 구직난까지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사실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의 흑인 기업가들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규탄하고 나섰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차별 해소를 위해 자금 지원에 나서는 등 재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청 밖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항의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자의 손에는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일(현지시각)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이른바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가정 수입이 백인 가계 수입인 연 7만7224달러의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전역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흑인의 연 수입은 백인의 약 3분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득 수준의 격차는 자산 규모의 차이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기준 예금과 투자 자산 및 부동산을 포함한 백인 가계의 순자산은 17만1000달러로 나타난 반면 흑인 가계의 순자산은 1만7150달러로 10분의 1에 불과했다.
고용 측면에서도 흑인과 백인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지난 4월 흑인 실업률은 16.7%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흑인들 비중이 높은 저연봉 직종에서 감원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4월 말 기준 흑인 피고용자 수는 2월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흑인들의 실직은 백인에 비해 크게 높았고, 상황은 오는 5일 발표되는 5월 고용 지표에서 또 한 차례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사태가 아니더라도 흑인들의 고용 상황은 백인과 그 밖에 인종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흑인 실업률은 5.4%로 백인에 비해 2%포인트 높았다.
이 밖에 미국에서 거주하는 흑인의 21%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백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경제적 불평등은 흑인 인구의 전염병 피해마저 확대했다. 미네소타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생명을 잃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훨씬 많았다.
인구 10만명 당 흑인 사망자가 미네소타의 경우 15명으로 백인 사망자 12.4명을 웃돌았고,미국 전역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흑인 사망자가 인구 10만명 당 54.6명으로 백인 사망자 22.7명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이른바 플로이드 시위가 미 전역에 확산된 가운데 미국의 흑인 기업 경영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뒤 5세에 미국에 입양된 지데 제이틀린 타페스트리 최고경영자는 "깨진 유리창은 교체할 수 있지만 조지 플로이드와 그 밖에 수많은 흑인 희생자들을 살려낼 수는 없다"며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케네스 프레이저 머크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동영상을 통해 플로이드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자신을 포함한 다른 흑인들이 이같은 상황을 맞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빈 엘리슨 로우스 CEO는 트윗을 통해 "인종 차별과 흑인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 삭스와 펠로톤 인터랙티브 등 주요 기업들이 사회적 불화를 진화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고 보도했다.
펠로톤은 미국 흑인 인권 단체인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 50만달러를 기부했고, BofA 역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10억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