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 업계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주식시장의 하락에 적극 베팅하고 나서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하강 기류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3월 저점 이후 주가 반등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판단이다.
경제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하더라도 주식시장과 펀더멘털의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4일(현지시각) 모간 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가 유로 스톡스 50 선물에 400억달러 규모의 숏 포지션을 구축했다.
이와 별도로 JP모간에 따르면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가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주식 보유량을 대폭 축소했다.
런던 소재 헤지펀드 파사나라 캐피탈은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이 무려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풋옵션을 포함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주식시장의 패닉 가능성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업체는 밝혔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역시 3월 저점 이후 V자 반등을 보인 주식시장의 급락 반전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LPL 파이낸셜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지난 3일 기준 50 거래일 동안 사상 최대 폭의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수는 2월 중순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거리를 8% 이내로 좁혔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들은 주가 랠리에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락 베팅을 꺼리는 움직임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공급에 맞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헤지펀드 업계는 주가 강세가 꺾일 가능성을 강하게 점치는 모습이다. 팬데믹 사태로 인한 수요 쇼크가 일정 기간 지속될 여지가 높고, 때문에 침체 이후 경기 회복 과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싱가포르 소재 다이먼 아시아 캐피탈의 대니 영 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완벽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며 "고용 한파와 기업 실적 악화, 디폴트 상승 등 현실과 동떨어진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요국 주가지수와 호주 달러화 및 한국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의 하락을 겨냥한 풋옵션을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3월 저점을 뚫고 내리는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 싱어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 400억달러의 엘리어트 매니지먼트는 최근 투자 보고서에서 고객들에게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보다 크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2월 고점 대비 50% 또는 그 이상의 폭락을 연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체는 지난 1분기 주식과 신용에 대한 공격적인 헤지 전략으로 쏠쏠한 차익을 올렸고, 최근에도 방어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사나라 캐피탈의 프란체스코 필리아 대표는 팬데믹 이후 탈 세계화 트렌드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투자 수익률에 흠집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그는 소위 '깡통' 상장지수펀드(ETF)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2008년과 흡사한 유동성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3월 저점 대비 40% 폭등, 연초 이후 낙폭을 3%로 축소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수는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22배 이상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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