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북한이 1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선임자들보다 더 하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리영철의 글을 통해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리영철은 "평양과 백두산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 같아서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삼지연=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9.20 |
이어 "보수 집권자들은 내놓고 우리를 반대하는 망동을 했는데 현 당국자들은 말로는 '평화번영'이니 '협력'이니 운운하고 뒤돌아 앉아서는 무력증강과 북침전쟁연습에 열을 올리고,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이따위 짓까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영철이 언급한 '인간쓰레기들의 행동'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단 살포가 한국 정부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남조선 당국은 저들이 저지른 엄청난 짓이 어떤 후과를 초래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의 한성일 실장도 통일의 메아리를 통해 발표한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말 같지 않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반공화국 대결망동을 계속 비호·두둔, 묵인 조장하고 있으니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한 실장은 또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고 해도 우리 가슴 속에 맺힌 한이 다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이제부터 가장 고통스럽고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인사들의 글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같은 공식채널이 아닌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나왔으나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만큼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대북 전단 살포가 잘못됐다는 한국 내 여론을 더욱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노동신문은 남북관계 경색을 또 다시 한국 탓으로 돌렸다. 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민족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기 위해 우리 당과 정부가 애국애족의 선의를 베풀었지만 남조선 당국자들은 초보적 양심과 의리마저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