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조 씨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조 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씨의 공소사실 중 정경심 교수와 연관이 있는 부분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횡령 범행의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지난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뒤 조국 일가에 처음 내려지는 사법부 판단이다. 또 정 교수의 혐의와 조 씨 혐의가 일부 겹쳐 '미리보는 정경심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2020.07.01 adelante@newspim.com |
우선 조 씨의 공소장에 정 교수가 등장하는 지점은 크게 세 부분이다. 먼저 코링크PE가 운영하는 블루펀드에 조 전 장관 일가로부터 14억원을 출자받고도 금융위원회에는 99억4000만원으로 거짓 변경 보고한 부분이 있다. 두 번째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정 교수의 동생 정모 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매달 860만원을 받는 등 코링크PE 자금 1억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담겼다. 또 이같은 사실이 지난해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지자 코링크PE 직원들에게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숨기도록 지시한 부분도 있다.
조 씨 재판부는 첫 번째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실행행위를 한 사람이 처벌 대상인데, 당시 변경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조 씨가 아닌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이사이고 여기에 조 씨가 구체적으로 관여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또 정 교수와 코링크PE 관계자들이 해당 펀드에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생각했을 수 있다고도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한 판단을 따로 내리지 않고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번째 부분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의 핵심이다. 당초 검찰은 정 교수를 조 씨와 '공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남편인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가면서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코링크PE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우회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 측은 투자가 아니라 대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조 씨와 정 교수가 나눈 문자에서 '투자금'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에 주목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8 dlsgur9757@newspim.com |
하지만 재판부는 조 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제시한 문자만으로는 투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가 조 씨의 횡령 범행의 공범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세금을 줄이면서 원금을 보장받고 이자 획득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허위계약을 하고 공직자 재산 신고 과정에서 일부 누락한 부분에 대해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행위 자체를 피고인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마지막 증거인멸 교사와 관련해서는 조 씨가 정 교수와 공모해서 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조 씨가 모두 자백하고 시인한 부분이다.
결국 정 교수 측이 검찰과 가장 격하게 부딪히는 부분에 대해 한 차례 사법부 판단이 내려진 것이기 때문에 정 교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어떤 사건을 판단할 때는 법정에서 보여지는 증거 뿐 아니라 선행 사건 판결이 어땠는지도 참고를 한다"며 "반드시 그 판단을 따라가진 않지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의 공소사실 중 조 씨와 관련된 부분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만으로는 섣불리 결론내릴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씨 재판부가 정 교수를 공범으로 판단했는지 여부는 사실 정 교수 재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조 씨 재판부가 본 정 교수의 공소사실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 씨 재판부 역시 "공범(정경심)은 우리 사건의 피고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은 기속력과 기판력이 없는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면서 "공범이 실제로 그와 같은 형사죄책을 지는지는 공범 사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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