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원가냐 시가냐 논란을 떠나 현재 국내에 삼성전자만한 투자처가 어디있습니까? 보험회사는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통한 자산운용이 핵심인데,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라는건 투자하지 말란 얘기 아닙니까?"
21대 첫 정기국회 개원과 함께 보험업계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정기업을 겨냥한 법안이란 이유로 19,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을 다수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했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부칠 경우 21대 국회에선 통과되지 않겠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삼성생명 서초 사옥 [사진=삼성생명] 2020.09.04 tack@newspim.com |
4일 정치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정식 상정돼 전체회의에서 논의됐다. 향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나 당장 다음 달 국정감사부터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비율 산정을 최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은 보험사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등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계열사 지분을 평가하는 기준이 수 년전부터 논란이 됐는데, 개정안은 보험사 보유 주식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시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1980년대 취득 당시 삼성전자 지분의 취득원가는 주당 1000원대, 약 5400억원 규모로 삼성생명 총자산(317조원)의 0.1%에 불과하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삼성생명 지배구조 [표=케이프투자증권] 2020.09.04 tack@newspim.com |
하지만 30년 동안 지분 가치가 급등, 현재 시장 가격(주당 5만6400원, 3일 종가)으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대략 30조원에 달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 자산의 3%(약 9조원)를 제외한 약 20조원 규모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물량이 한꺼번에 나올 경우 주식시장 혼란 및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의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안은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 7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지분 대규모 매각시 증시 및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재산권 침해 우려 등을 고려할때 법안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보험회사가 자산운용 규제 관계 법령을 준수하면서 오랜 기간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갑자기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해 보유한 자산이 되어 이를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처하게 되므로 이와 관련 신뢰보호원칙 위반 및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업권간 규제형평성, 합리적인 자산운용 규제의 필요성, 보험회사의 신뢰 및 재산권 보호, 자산운용비율 산정방식 변경에 따른 사회적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평가익과 배당수익률이 꾸준히 동반 상승한 우량한 투자자산"이라며 "신계약 감소에 따른 운용자산 성장 둔화와 금리 하락이 보험업 전체의 문제인 만큼 현재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좋은 투자자산을 찾기가 어려운데, 대체 투자 자산 찾기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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