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추진 중인 KDB산업은행이 판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를 출범시켜 항공업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나항공도 되살리면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투입하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1석3조'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겨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와 비슷한 맥락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은 다음주 중 아시아나항공 투자의향서(LOI)를 산업은행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여려 방안을 고심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여러 방안 중 유력하게 거론되던 카드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측은 '대한항공 인수 검토'가 보도된 지난 12일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유력한 카드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측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스핌DB] |
◆ 항공업 구조조정 불가피, 글로벌 기업 집중 지원
두 대형 항공사의 합병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는 앞서 산업은행이 대형사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려 한 시도가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기업회생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명분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유이한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될 경우 세계 10위권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난립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수를 줄이고 대형 항공사(FSC) 역시 인력을 감축하는 등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세계적인 항공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부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에도 화물 운송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세계에서 얼마 되지 않는 항공사다. 두 회사 모두 경쟁사 대비 높은 화물기 비중이 높아서다. 향후 코로나 백신 수송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해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자금 형편이다. 항공업 침체로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는 등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다. 현재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한진칼은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방법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는 데 사용해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지난 12일 종가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8885억원.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대략 273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3228억원에 매입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
한진그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딜로 평가받는다. KCGI 등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공공이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산업은행이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제3자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이 참여한 3자연합은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한진칼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3자연합은 최근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안으로 한진칼 지분을 조 회장 측 보다 더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CGI 측은 벌써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제공=대한항공] |
◆ 산더미 부채·독과점 문제 해소해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6월 말 기준 11조5459억원에 달하는 반면 자본금은 4880억원에 그쳐 자본잠식률이 56.3%에 달한다. 현재 부분자본잠식 상태로, 3분기 경영실적이 더해지면 자본잠식률을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잠식이 지속될 경우 항공면허를 반납해야 해 우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3대 1 무상감자를 결정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387%로 아직 건강한 수준이지만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자구안을 실행 중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독과점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유럽, 미주 등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국내 항공사는 한 곳만 남게 된다. 정책 당국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경쟁체제의 장점과 소비자 편익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결국 외항사와 경쟁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일본 등 항공 자유화 지역을 제외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관계는 양사가 경쟁하는 구조라기보다 외항사와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와 인구 수가 비슷한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장거리 노선 항공사가 1개씩 운영되고 있고 상당수 국가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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