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무알코올 맥주를 처음 마셔보고 느낀 점은 '먹을 만하다' 였다. 맛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 없지도 않은 딱 그저 그런 상태의 맛이 났다. 좋게 말하면 무난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굳이 사 먹을 필요는 없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자는 개인적으로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므로 맥주와 무알코올 맥주 중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그냥 맥주를 고를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법.
알코올 1그램만 들어가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 임산부, 건강을 위해 알코올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국내 무알콜 맥주를 모두 마셔봤다.
객관적인 맛 평가를 위해서 기자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거쳤다. 놀랍게도 4명 중 3명이 1위로 꼽는 무알콜 맥주가 동일했다. 그 결과는 잠시 뒤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업계에서 대표적인 무알코올, 비알코올 음료. 2021.02.02 jellyfish@newspim.com |
우선 기자가 고른 맥주는 하이트진로의 하이트0.00, 오비맥주의 카스0.0,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클리어제로 세 가지다.
차례대로 맛 비교를 해보자면 하이트0.00은 캔을 따는 순간부터 꿀이 가미된 단 향이 났다. 단 향은 마실 때도 이어졌다. 마시면서는 강한 탄산이 목을 시원하게 긁으면서 내려갔고 곧 바로 단 향과 단 맛이 느껴졌다. 시거나 쓴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 맛을 왜 첨가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나름의 분석으로 이어졌는데, 맥주가 가장 단 맛이 느껴질 때를 구현해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됐다. 보통 갈증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맥주를 마시면 시원하고 까끌까끌한 탄산과 함께 단 맛이 느껴지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 같았다.
다음 카스0.0은 씁쓸한 맛이 많이 느껴졌다. 탄산 역시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때문에 굉장히 무난했던 무알콜 맥주였다. 카스0.0은 맥주를 쓴 맛 때문에 즐기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일 것 같다. 하지만, 맥주의 시원함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클리어제로는 캔을 따자마자 보리향이 물씬 났다. 클라우드 자체가 보리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음료인데, 이를 구현해낸 것인가 싶었다.
보리향 때문에 맛도 맥아 맛이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셔보니 반전이었다. 오히려 호가든을 마실 때 느껴지는 일종의 꽃향기가 났다. 연달아서 몇 모금 마실 때는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맥주를 마실 때마다 꽃 향이 느껴져서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기자 개인 입맛에는 하이트0.00이 가장 잘 맞았다. 다른 두 무알콜 맥주는 끝까지 마시지 않았지만 하이트0.00은 다 마셨으니 말이다. 하이트0.00 다음으로는 카스0.0 그리고 클라우드클리어제로 순으로 괜찮았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국내산 제로알콜 맥주 평가. 2021.02.10 jellyfish@newspim.com |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친구들을 불러 상호를 가리고 맥주를 마셔보게 했다. 총 3명에게 마셔보도록 했는데 두 명은 하이트0.00을 1순위로 꼽았고 나머지 한 명은 클라우드클리어제로를 1등으로 뽑았다. 2, 3순위는 모두 달랐다.
결국 기자를 포함해 3명은 하이트0.00을 1순위로, 1명은 클라우드클리어제로를 꼽은 것. 대부분 카스0.0은 무난한 맛과 탄산 때문에 보통 2순위로 꼽았다.
단 4명으로 이루어진 평가지만 놀랍게도 이런 결과는 시장점유율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0.00'은 무알콜 맥주 시장의 1위 제품이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출시됐는데 지난 해 11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액 역시 2019년 대비 32%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클리어제로'는 2017년 출시됐고 오비맥주 '카스0.0'은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현재까지 무알콜 맥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제로0.00이 60% 그리고 클라우트클리어제로가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카스0.0은 출시가 늦은 탓에 아직까지는 점유율이 적은 상태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시장은 2018년 이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하이트제로가 처음 출시된 2012년과 비교해서는 8년 만에 15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5년 내에 20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과는 다르게 무알코올 맥주는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이트제로0.00은 이마트에 가서 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스0.0이나 클라우드클리어제로는 집 근처 큰 마트 세 곳을 돌아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했는데, '6개 한 팩' 단위로 팔아서 불편했다.
이렇듯 제로맥주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으로 무알코올 맥주가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진정 업계에서 바라보는 2000억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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