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박현영(42) 씨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개학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등교 방식을 결정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학교와 지역 맘 카페에 문의를 해봤지만 돌아온 건 '저도 모르겠어요'라는 대답 뿐.
박씨는 "반 배정 공지는 지난 주에 받았는데 등교 공지는 아직까지 없다"면서 "갑자기 바뀐 지침에 학교도 정신이 없겠지만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할지, 말아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개학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 답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학기 개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방역 지침을 바꾸면서 일부 학교들이 등교 방식을 최종 확정하지 못하면서다.
24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1일 '학기 초 학교장 재량으로 2주간 원격수업을 할 수도 있다'는 공문을 일선 교육청에 전달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새학기가 시작되는 내달 초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방역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기존 정상 등교 방침을 돌연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들은 개학 직후인 내달 2일부터 11일까지를 '새 학기 적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단축수업, 원격수업 등으로 학사 운영을 운영할 수 있다. 급식 시간에는 배식이나 식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간편식 등으로 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현장 교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2.24 yooksa@newspim.com |
교육부의 오락가락한 방역지침에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며 입을 모은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39) 씨는 "같은 지역이라도 등교 공지가 나온 학교, 안 나온 학교가 있어서 공지를 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학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등교 공지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키우는 곽모(37) 씨는 "교육부에서 3월은 대면수업, 전면등교라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바뀌니 당혹스럽다"며 "지금보다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경우 전면 원격수업을 더 늘리겠다고 지침을 바꿀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일부 학교는 학부모를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에 나섰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이모(41) 씨는 "아이 알리미로 등교 찬반투표 공지를 받았는데 전면 등교를 원하시는 분들이 80% 넘게 나와서 전면등교로 결정됐다"며 "문항도 전면등교, 온라인 수업 딱 두가지 뿐이고,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고 하니 투표가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혼란스러운 것은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경기 부천시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백모(41) 씨는 "교육부가 2주간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전화나 문자를 주신 학부모들이 많았다"며 "지금도 카카오톡 단체방에 '원격 수업으로 바뀔 수도 있느냐'고 문의하시는 학부모들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방역지침을 바꾼 교육부의 태도에 대해 "혼란이 불 보듯 뻔한데 학교장 자율에 맡긴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며 "코로나 이후 일선 교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났는데 주무부처가 명확한 기준도 없이 지침을 바꾸면 학교는 계속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교육부의 지침 변경을 질타했다. 교총은 "학교와 교원은 신학기 학사운영방안에 따른 각종 방역 업무만으로도 걱정과 멘붕에 빠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기준도 없이 포괄적 자율을 부여하는 것은 더더욱 각자도생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특히 "지금은 18세 이하 확진자가 4명 중 1명을 차지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방역당국과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치가 아니라 원격수업 전환과 관련한 과학적이고 명확한 기준, 지침을 즉시 마련해 학교에 안내해야 한다"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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