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용산공원 부지에 10만가구 청년주택 공급을 공약했지만 현행 용산공원조성계획에서는 3100가구 외 다른 주택을 지을 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가 밝힌 '용산공원 주변 부지'에 대해서도 부지를 특정할 수 없어 실제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하려면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전면개정하고 공원으로 사용될 땅을 주택용지로 바꾸는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10만 가구까지 공급하려면 용산공원 부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공급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또 용산공원 부지인 미군기지 반환도 시차를 두고 이뤄질 예정인데다 토지정화작업도 2년 이상 걸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용산공원에 10만 가구 주택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 국토부 "3100가구 外 주택 추가 조성계획 아직 없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최근 용산미군기지 부분 반환이 이뤄졌고 상반기내 공원부지 25% 반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행 공원조성계획에서는 주택 조성이 가능한 땅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25일 한미는 유선협의를 거쳐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 가운데 일부인 16만5000㎡를 반환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용산공원 면적의 25%에 해당하는 약 50만㎡ 부지를 돌려받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협의 이후 정부는 용산공원부지의 공원조성계획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최초의 국가공원 조성을 위해 토지오염정화작업을 미국 측과 협의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주택공급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 2020년 8.4대책에서 나온 3100가구 외 추가 조성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월 주택 311만가구 공급 공약을 발표하면서 용산공원에 10만가구 조성을 공약했다.
반환받은 용산기지 부지 내 스포츠필드·소프트볼장 현황도 [자료=국토교통부] |
용산공원 계획 부지에서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는 지금으로선 없다. 현행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모든 부지에 공원만을 지을 수 있어서다. 국토부가 밝힌 3100가구 조성부지는 미군기지 반환 부지 가운데 용산공원 부지가 아닌 캠프킴부지다. 캠프킴은 한강로를 사이에 두고 미군기지와 떨어져있는 '산재부지'다. 이 때문에 용산공원 부지에 포함되지 않아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캠프킴에 들어설 3100가구는 청년주택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분양과 임대주택이 어떤 비율로 지어질 지 그리고 용적률과 같은 개발밀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이곳에 대해 2년을 사업기간으로 환경정화작업을 하고 있다. 환경정화작업은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실제 주택공급은 환경정화작업이 완전히 끝나고 실시계획이 마련되는 내후년부터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주택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땅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공원 부지에 포함되지 않는 산재부지는 캠프킴 부지 외 유엔사, 수송부 부자 2곳 더 있지만 이들 부지는 모두 국방부 관할이며 주택과 관련없는 국방관계 시설이 지어질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일부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공원 조성비를 부담한다는 구상은 했다. 땅을 매입한 민간사업자가 주택단지를 지을 수는 있지만 공원부지로 지정된 곳은 예외없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게 특별법의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 공원에 추가로 주택을 짓자는 여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부에서 이를 검토한 적은 없다"며 "용산공원 부지로 확정된 곳을 풀어 주택을 짓는 것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용산공원부지에 주택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려면 몇백 가구가 됐든 10만가구가 됐든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법으론 주택 조성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관철하려면 우선 법 개정부터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국토부에서 추가 주택조성계획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10만가구 지으려면 용산공원 3분의2 풀어야...주택 조성시 한강로·녹사평로 주변 꼽혀
이처럼 특별법으로 묶여 있는 만큼 용산공원에 주택을 추가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으로 보인다. 공원으로만 사용할 것을 명시한 용산공원조성법은 상위법인 특별법이기 때문에 도시정비계획법, 공원법과 같은 대체 입법으로는 주택 조성을 할 수 없다. 특별법 개정 만이 해법으로 꼽힌다.
여론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용산공원을 유지해야한다는 여론이 더 높지만 용산공원부지에 주택단지를 지어야한다는 주장도 일정부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론이 나쁘지 않은데다 정부가 대통령의 의지를 담아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용산공원에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용산공원 주택 조성이 국회에서 180석 가까이 의석을 가진 여당의 이재명후보인 만큼 대통령 당선 후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반응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여론이 용산공원 유지냐 주택조성이냐 중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주택단지를 정확히 어느 곳에 지을 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선대위도 용산공원의 일부를 활용할 것이라고만 공약했지 구체적인 위치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단지가 조성되면 한강로와 인접한 캠프코이너 일대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한강로를 따라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구역이다. 이 곳은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인 한강로변에 있어 개발압력이 높은데다 길 건너 캠프킴부지에 이미 3100가구 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에 주택 조성 가능성이 높다. 또 녹사평역이 있는 녹사평로쪽도 주택단지 조성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반면 공원은 현 용산가족공원과 인접한 부지에 중점적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10만가구가 들어서려면 용산공원의 상당 부분을 해제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3100가구가 들어설 캠프킴 산재부지 넓이는 4만㎡다. 단순 계산할 때 이보다 33배의 면적이 필요한 만큼 130만㎡의 부지가 필요하다. 이는 용산공원 면적 203만㎡의 3분의 2에 가까운 넓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층수나 용적률 계획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상당한 부지가 공원에서 해제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조성사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민간 택지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이는 이재명 후보만의 공약이라 당선 여부가 현실화의 관건이며 실제 조성까지는 10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주택조계획이 없으며 차기 정부 수립 이후 법 개정, 주민 합의 과정을 봐야할 것"이라며 "다만 공원계획을 전면 바꾸지 않는다면 10만가구가 들어설 부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싼 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폭탄'을 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만 용산공원에 10만가구가 짓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원보호 여론도 비등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장기화되거나 공급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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