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대한항공과 HMM 등 항공, 해운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유 공급 감소 우려로 인해 유가가 130달러를 훌쩍 넘으며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며 악재가 겹쳤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물류대란이 심화하면 운임 상승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HMM은 물론 대한항공도 화물 매출 비중이 높아져 있어 손익을 따져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한항공 지난해 연료비 44% ↑, HMM 58% 증가…달러 강세로 부담 확대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료비로 1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2020년(1조2474억원) 대비 44% 증가한 규모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30~50달러 초반대를 유지하던 원유가격이 지난해 80달러대까지 급등한 결과다. 지난해 항공유 소비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데 비해 급유 단가는 87% 올랐다.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15%에서 28%로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인건비(27%), 감가상각·임차료(17%)를 제치고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며 비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월 초 80달러를 넘어 90달러 초반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WTI는 최근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 움직임에 120달러 가까이 올랐고 장중에는 130달러까지 뛰었다. 러시아는 에너지 제재가 현실화하면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를 넘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 소비량은 약 3000만배럴 규모로, 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0억원 넘게 비용이 늘어난다. 유류할증료를 인상해 부담을 상쇄하지만 유가 상승분을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HMM 역시 신규 선박 투입에 유가 상승이 더해지며 연료비가 지난해 60%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불안감이 확산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작년 말 달러당 1088원이던 환율은 1년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두 달여 만에 1200원을 훌쩍 넘기며 4% 가까이 뛰었다. 항공기 구매계약 또는 리스료 지출이 높은 대한항공은 지난해 외화환산차손이 3846억원 발생했다. HMM 역시 용선료 등의 관련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러시아발 물류 차질, 물류업계 손해는 미미…운임 상승 '기대감'
일각에서는 러시아발 혼란으로 인해 물류대란이 반복될 경우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을 포함해 러시아와 거래하는 업체들은 당장 물류 차질을 빚고 있지만 대한항공, HMM 등 러시아로 향하는 물류 서비스 제공 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오는 10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여객기를 운항하지 않는다. 화물기의 경우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노선 여정이 변경된다. 주 2회 인천~모스크바~프랑크푸르트~인천과 주 2회 인천~모스크바~암스테르담~스톡홀름~인천 2개 노선은 18일까지 모스크바를 거치지 않을 예정이다.
HMM은 '러시아 보이콧' 차원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 노선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까지 선박을 운항하지는 않지만 경유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 지난 2일부터 운항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러시아 침공사태가 운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주 연속 하락하며 4700선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최고점인 5109.6에서 7% 가량 내렸다. 현재 높은 운임수준은 미국 서안 항만의 화물 적체가 주요 요인이지만 러시아와 주변지역인 흑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글로벌 운임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화물 역시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을 포함한 36개국에 대해 영공 통과를 제한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수혜를 받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항공사들이 동아시아 노선 공급을 줄이거나 우회하면서 비용이 늘어나면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환율 변동까지 겹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그 동안 고공행진했던 운임이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외부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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