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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유학생 사망' 음주운전자, 파기환송심도 징역 8년

기사등록 : 2022-03-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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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징역 8년…검찰 구형 보다 중형 선고
"음주운전 외 '피해자 사망', 양형에 결정적"
피해자 유족 "형량 줄어들까 걱정…판결 환영"
헌재, '윤창호법' 위헌 결정 뒤 대법 첫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 사고를 내 대만인 유학생 고(故) 쩡이린(曾以林)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운전자가 파기환송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첫 사례다. 법원은 '2회 이상 음주운전'의 공소사실은 삭제됐으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징역 8년의 양형을 정당하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 양지정 전연숙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3)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재판부는 "당심에서 검사는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했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를 신청했고 이 법원이 허가해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심에서 형을 다시 정함에 있어 음주운전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를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었고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이 전혀 없는 반면 피고인은 음주의 영향력으로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만연히 운전을 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 위반의 점이 크고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은 또다른 충격으로 고통과 슬픔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비록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족에게 사죄하며 합의를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하나 현재까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만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적극 참작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와 공소장 변경 전보다 위험운전치사로 인한 부분의 양형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날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유족의 말을 대신 전했다. 변호인은 "유족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혹시라도 형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의가 구현돼 다행이고 판결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음주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쩡이린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7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1심과 2심은 A씨에게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후 헌재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알려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재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같은 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선고한 구 도로교통법 조항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다른 유사사례들에 비해 중형을 선고받았다. 도로교통법 조항이 위헌이 되면서 원심이 파기된 것처럼 이번 선고에도 이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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