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수사지휘권 폐지 등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입장차를 보였던 법무부가 윤 당선인의 공약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진정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분명한 찬성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주요 현안에 대해 인수위와 각을 세우고 있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수위는 29일 법무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큰 틀에서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새 정부 출범 후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22 photo@newspim.com |
윤 당선인의 공약이면서 인수위와 법무부의 주요 갈등 사안이었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독립적인 예산 편성에 대해 법무부는 찬반 입장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발생시켰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실현을 위한 입법 지원과 지휘권 행사 요건 및 훈령 제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법무부는 윤 당선인의 공약인 검경 책임수사제 정비에 관해 문제점 등에 공감하면서 현행 수사시스템에 대한 수정과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박 장관과는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법무부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새 정부와 일을 해나가야하는 법무부로서는 갈등이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박 장관은 법무부 업무보고에 대해 "법무부의 입장이 제 지시와 관계없이 잘 반영됐다"면서 "저야 갈 사람이고 실국장들은 남을 사람들이니까 그 어려움을 이해하며 입장 변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당선인과 반대 입장을 내세우긴 했지만 법무부 내에서는 새 정부와 일을 해야 하기에 입장이 난처했을 것"이라면서 "최대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인수위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현안에서 박 장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공약 이행방안 등 세부사안에 있어서는 인수위와 법무부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그렇다.
박 장관은 30일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수사, 기소, 공소유지, 형집행 등 권한을 다 갖고 있다"면서 "수사지휘권마저 떼고 예산편성권까지 주면 검찰 내부의 견제와 균형, 형평성 문제, 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부분이 안되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나 법무부의 탈검찰화, 수사지휘권이 있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놓고 인수위는 법률적 근거는 마련돼 있는만큼 대통령령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법무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법무부의 공소장 국회 불제출 논란과 형사사건 공개 금지를 규정한 법무부 훈령에 대한 인수위의 문제 지적도 있었다.
공소장 국회 제출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됐다. 법무부는 국회가 요청하면 개인정보를 제거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해왔다. 하지만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이후 법무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근거로 '1회 공판 후 공소장 공개' 규정을 적용해왔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 대한 국회의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요약본만 제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지난 2019년 10월 법무부 훈령으로 제정된 것으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혐의 사실 및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검찰은 이 규정에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고 인수위 역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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