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외국인과 기관 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증권가는 공매도 증가가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의 위험 요인을 더 키우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11.10 ymh7536@newspim.com |
◆ 코피스 공매도 규모 전달比 11.63% 증가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날(9일 종가 기준)까지 약 39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4916억원) 대비 약 -24.32% 감소했지만, 월말까지 약 20일정도 남았다는 것을 감안했을 경우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지난 8월(3494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11.63%가량 늘었다. 올 여름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반등)' 기간 3000억원대 중반에서 유지되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이달 하락장에서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 종목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인 다음 상환해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하반기 들어서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가 최근 들어 급격한 반등 흐름을 기록 중이다.
올해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의 월별 흐름을 살펴보면 ▲1월(5752억원) ▲2월(4555억원) ▲3월(4883억원) ▲4월(4265억원) ▲5월(4779억원) ▲6월(4759억원) ▲7월(3641억원) ▲8월(3494억원) ▲9월(4907억원) ▲10월(4916억원)순이었다. 10월의 경우 공매도가 가장 많았던 지난 1월 액수를 일찌감치 넘어선 것은 물론, 가장 적었던 지난 8월 대비로는 65%가량 대폭 늘었다.
특히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에 대한 일평균 공매도 금액이 늘어났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9일까지 약 330억원으로 지난달(198억원) 대비 66.66%가량 증가했다. 지난 8월(244억원)보다는 약 1.5배 가량 증가한 규모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73억원에서 199억원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인터넷 업종 기업에 대한 공매도 역시 크게 늘었다.
네이버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대규모 전산 사고가 발생한 카카오그룹의 경우 사고직후 공매도 규모가 큰폭으로 증가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달 17~18일 양일간 594억원을 기록했으며, 뒤를 이어 ▲카카오페이 38억원 ▲카카오뱅크 176억원 ▲카카오게임즈 290억원으로 급증했다.
◆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 외면…"개인, 누적 잔고 확인 필요"
일각에선 주가 폭락 배경에 외국계 자본의 대규모 공매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며 투자심리가 얼어붙긴 했으나 최근의 낙폭은 과하다는 목소리가 개인을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달 4일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낮추고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낸 후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을 의심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체 공매도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개인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치권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 두 곳은 지난달 4~5일 이틀에 걸쳐 네이버 주식 271만5279주를 순매도했다. 공매도 물량은 28만1160주였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물량(420만1027주)의 64.6% 규모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는데 주저하는 모양새다. 증시 안정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화펀드(증안펀드)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효과를 보기 위해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쉽지 않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증안펀드는 이달 중에 가동 준비를 완료할 것"이라면서도 "(공매도 금지를)논의한 지는 오래됐으나 가타부타 언급하기는 어려우며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이 조정을 기록한 최근 한 달 동안 전체 시장의 공매도 규모도 빠르게 증가해 공매도 상대 지수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공매도 종목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당분간 공매도 상위 종목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늘어난 종목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적 전망이 현재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종목들이 공매도의 주된 대상이 된다는 분석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총 1조원 이상 상장사 가운데 공매도 누적 잔고가 많은 30개 종목은 3~6개월 간 코스피 수익률 대비 5%포인트 부진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쌓이는 이유는 높은 밸류에이션, 산업 경쟁 심화 우려 등이 있다"며 "해당 기업과 관련된 특정 악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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