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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상장 유효' 2개월 남았는데...장외선 기업가치 1.2조로 뚝

기사등록 : 2022-12-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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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서 시가총액 우수수...1년 만에 4분의 1토막
'4조 인정' 컬리, 연말되니 몸값 8000억~1조 예상
증시 상장하려면 늦어도 2월 초 증권신고서 제출
고가로 투자한 FI 반대로 상장 철회 가능성 솔솔
재상장 도전은 쉽지 않을 듯..."지분·실적 등 난제"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기업가치가 1년 새 장외시장에서 4분의 1토막 났다. 연초 11만원대에 이르던 주가는 최근 3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가능 시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기업가치마저 급락하면서 컬리의 상장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26일 장외주식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컬리의 기준가는 3만200원이다. 추정 시가총액은 1조1610억원이다. 연초 11만6000원에 이르던 주당 가격이 74% 하락했다. 연초만 해도 5조~6조원대 기업가치로 추정됐지만 하반기 들어 유니콘(1조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대접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마켓컬리]

1년 전 컬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조원이었다. 지난해 12월 프리IPO 단계에서 앵커PE는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평가, 2500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7월 시리즈F 단계에서 인정받은 2조5000억원보다도 반년 새 1.6배 가량 뛰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데다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컬리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플랫폼 기업이 연쇄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의 시가총액도 지난해 상장 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IB업계에서 예상하는 컬리의 기업가치도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8월만 해도 프리IPO 대비 반값 수준인 2조원대 몸값이 예상됐지만, 연말 들어서는 8000억~1조원대에 IPO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컬리와 상장주관 증권사는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넘기며 최적의 상장 시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증시 상장에 도전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컬리가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날짜는 지난 8월 22일. 유효기간은 내년 2월 22일까지다. 본격적인 IR을 시작해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1월 말~2월 초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 컬리가 상장을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컬리 몸값을 조(兆) 단위로 평가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증시 상장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내려 잡는다면, 프리IPO 단계에서 투자한 앵커PE 투자자산 가치는 1년 만에 5분의 1로 떨어진다.

지난 5월 상장 계획을 철회한 원스토어 역시 FI들의 반대로 IPO를 포기했다. 시장에서 원한 가격이 3년 전 FI들의 투자 단가보다 낮아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가치가 이렇게까지 떨어지면 앵커PE 입장에서는 상장을 포기하고 차라리 장외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거라 판단할 것"이라며 "이 정도 (시장) 분위기가 유지되면 증권신고서를 아예 안 올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컬리가 이번 기회를 포기한다면 증시 상장에 다시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보유 지분율이 5.75%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 데다,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쿠팡 상장을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에 우호적이었던 국내 IPO 시장 열기도 많이 식은 상황이다.

지금의 컬리와 미래의 컬리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당초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던 컬리를 국내에 상장하도록 설득한 쪽은 거래소였다.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유니콘 기업들을 해외에 빼앗긴다는 질책을 받자 컬리를 적극 포섭한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지분 구조 탓에 심사가 지연되며 상장 예심 승인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다음 예심 청구 때는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거래소의 사전 작업이 있었으니 컬리의 상장예심을 통과시켜주는 분위기였다면 다음 예심 청구 때는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도 "시간이 갈수록 컬리 상장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새벽배송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파이가 커지는 상황에서 컬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식은 상태다. 지금 컬리는 몸값을 무한대로 낮출 수도 없고 상장을 철회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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