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개인투자자들이 새해 첫날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 내던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 9000억원 가량을 팔아치우면서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순매도 1위 종목으로 기록됐다.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올 1분기에 최대 18%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5만원대에서 저점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1.12 ymh7536@newspim.com |
◆ 개인‧기관, 5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892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순매도 1위 종목이 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이 총 1조 1717억원어치를 내던질 때 외국인은 7615억원어치 사들였다.
최근 몇년간 이어지던 동학개미들의 삼성전자 사랑이 변심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5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 주식 60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이달 4일 이후 5거래일 연속으로 매도 우위를 유지하며 모두 892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5만 5000원대에 머물면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주가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4.33% 급등했고 지금은 6만원대를 되찾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9.94% 상승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를 단기적인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를 저점에 산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단타성 매매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반대로 이미 물린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이려는 수요가 매도세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과 지난해 실적 하락 등이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15~20%,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이어질 것을 업계는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을 ▲1분기 2조1860억원 ▲2분기 2조1570억원 ▲3분기 833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14년 전인 2009년 1분기(6700억원)가 마지막이다.
시장은 올해 실적 둔화에 다른 주가 반등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둔화는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2023년 실적 레벨이라기보다는 2024년 실적개선 가능성"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의 세제 혜택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삼성전자 주가는 4% 넘게 올랐다.
반도체 투자심리가 바닥을 찍고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도 실적이 심각하게 나빠지면 기업이 비용을 줄이거나 생산을 조절해 실적을 개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과거 2001년 2분기와 2008년 4분기 어닝쇼크 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바닥을 지나 장기 상승흐름을 탔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반도체 업황 투자심리 바닥 통과가능성을 암시한다"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최근 하락 추세를 일단락될 조짐이 보이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 한다"고 전망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