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유치원 회계에서 부당하게 유용된 돈은 반환처분 없이 회수처분만으로도 충분히 유아교육법상의 지도·감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부모들에게 반환을 명할 법적 근거가 없고, 회수처분을 넘어 해당 금액을 학부모들에게 반환할 것을 명한 처분은 지도·감독 권한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회수 및 반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1985년 설립인가를 받아 서울 강남구의 B교회 부설 사립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다.
해당 유치원과 관련해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감은 2019년 5~6월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 결과 서울시교육감은 A씨가 학부모들로부터 특성화교육비 명목으로 수령한 돈 중 14억6000만원 상당을 B교회로 부당하게 인출했다고 보고, 같은 해 8월 해당 금액을 회수 처분하고 이를 지급한 학부모들에게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처분에 대한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B교회로 부당하게 인출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인출액이 처분 사유상 금액보다 적다고 보고 10억9800여만원에 대해서만 회수처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출액의 반환처분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어 전부 위법하다고 봤다.
2심도 1심과 같이 A씨의 부당 인출 부분을 인정했으나 금액은 9억7900여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과 달리 해당 금액에 대한 반환처분 또한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시교육감이 반환처분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유치원 원생들이 특성화교육을 제공받지 못했다면 피고가 유아교육법에 따라 특성화교육비 등으로 지급받은 돈을 학부모들에게 환불할 것을 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해당 유치원은 학부모들로부터 특성화교육비를 지급받아 이에 따른 특성화교육을 실제로 시행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반환처분은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특성화교육비가 전부 특성화교육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실제 특성화교육을 위해 사용되지 않은 잉여금은 학부모들에게 반환돼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학부모들이 납부한 특성화교육비가 전부 특성화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지출돼야 한다고 볼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재판부는 "사립학교법 회계 구분상 유치원으로서는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특성화교육비 중 실제 특성화교육에 지출되지 않은 잉여금을 교비회계로 편입해, 이를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나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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