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자신의 형사사건 국선변호인을 스토킹하고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 남성은 과거 살해 등을 이유로 징역형을 받은 전과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쌍방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5년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형사사건 국선변호인으로 만난 피해자 B씨를 이성으로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치료감호를 종료한 2021년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B씨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2022년 8월 A씨는 형사사건 재심 상담 명목으로 B씨에게 전화했는데 "일이 밀려 사건을 수임할 수 없으니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으라"며 거절 취지의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A씨는 총 15회에 걸쳐 B씨의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B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전송 또는 전화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같은해 9월에는 B씨의 변호사 사무실에 경유 10ℓ가 담긴 플라스틱 통과 라이터를 소지한 채 몰래 침입한 뒤 "12시까지 사무실로 오지않으면 사무실은 불에 탈 것이다. 마지막 경고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협박 혐의 등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과거에 자신을 국선변호했던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거나 문자메시지 전송 등의 스토킹 행위를 반복했다. 나아가 피해자의 사무실에 침입하여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전송했다"며 "과거 피고인의 형사재판 사건에서 변호를 맡아 피고인의 종전 범죄전력과 범행의 잔혹성 등을 잘 알고 있었을 피해자로서는 위와 같은 스토킹 행위 및 협박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달아 범죄를 저지른 점, 이 사건 각 범행에 있어서도 주저하거나 망설인 흔적이 없고,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5년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선고했다.
다만 일반건조물 방화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방화 목적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상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방화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지난 2006년 숙모에게 훈계를 들었다는 이유로 숙모를 살해하고, 2014년에는 직장 동료로부터 참견 받은 것이 기분나쁘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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