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챗GPT 열풍을 일으킨 샘 알트먼의 해임과 복귀의 엿새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오픈AI이사회는 지난 17일 CEO 샘 알트먼을 전격 해임했다. 이사회는 "알트먼이 소통에 솔직하지 못했으며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며 "더 이상 그가 오픈AI를 계속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1년간 챗GPT 열풍을 일으키며 종횡무진 달려온 CEO의 해임사유치고는 애매했다. 당사자에게 사전공지조차 없는 이례적 조치였다. 알트먼이 오픈 AI의 첫번째 개발자 회의에서 'GPT-4 터보'를 선보이며 오픈AI의 비전을 소개한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급작스러운 해임의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해고 다음날 다시 만난 알트먼과 이사회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몇 시간 후 투자사인 MS는 알트먼과 함께 사직한 그렉 브로그만 공동설립자의 합류를 전했다.
그러자 오픈AI의 개발자들이 나섰다. 전체 직원의 약 90%에 해당하는 743명이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으면 알트먼을 따라 오픈AI를 떠나겠다는 서한에 서명했다.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렸다. 심지어 알트먼 퇴출에 앞장섰던 최고과학자 일리야 슈츠케버까지 이사회 결정에 동참한 것을 후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알트먼은 박수를 받으며 오픈AI로 복귀했다. 이사회도 새롭게 구성하기로 했다. 해임 엿새 만에 반전의 드라마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오픈AI 사태는 우리에게 몇 가지 진지하게 되짚어 볼 만한 질문을 남겼다.
질문 하나, 이사회는 왜 알트먼을 해임했을까?
명확한 해임 사유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매체들은 AI 개발에 있어 안전성을 최우선시 하는 이사회와 시장선점과 수익에 방점을 찍은 알트먼의 가치 충돌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른바 AI개발 윤리 문제라는 관점이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픈AI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픈AI는 2015년 '범용 인공지능(AGI)'을 안전하게 구축한다는 사명을 가진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다. AGI 개발 선도가 아닌 안전한 AGI에 방점을 둔다.
이사회의 면면도 그렇다. 기술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오픈AI 이사들을 '효율적 이타주의자들(Effective Altruists)'라 평가했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란 선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부자가 된 후 좋은 일에 기부하는 것이 인류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는, 수익보단 공익을 주저없이 택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안전한 AGI 개발은 만만치 않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오픈AI 직원조차 자사를 '돈을 분쇄하는' 회사라 표현할 정도이니 말이다. 결국 2019년 샘 알트먼의 주도로 오픈AI GP'라는 영리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했다.
9월 13일 미 의회가 개최한 인공지능인사이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의사당에 도착한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진=로이터] |
하지만 오픈AI는 설립취지를 잊지 않았다. 연구를 위해 불가피하게 영리 활동을 하긴 하지만, 이익 상한선을 두고 이를 넘는 이익은 비영리 모회사에 기부하는 '이익제한기업(Capped-profit company)'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탄생시켰다.
기업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은 비영리 모회사가 내리고 투자 수익도 원금의 100배로 제한한다. 지분이 전혀 없는 6명의 이사로 꾸려진 이사회에 의사결정 전권을 부여한 것 역시 과도한 이윤 추구를 제한하기 위함이다. 현실에서 극히 보기 드문 인류공영의 이상을 가진 기업인 셈이다.
오픈AI는 올해 초 MS로부터 13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60억 달러에 달한다. 샘 알트먼의 발 빠른 시장선점 전략은 안전한 AGI 구축이라는 오픈AI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누가 봐도 안전보다는 수익이 앞서는 행보다. 이타적 효율주의자 오픈AI 이사회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AI개발에 속도를 내는 CEO 알트먼의 해임만이 오픈AI의 '사명(mission)을 지킬 유일한 길'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질문 둘, 오픈AI 개발자들은 왜 알트먼의 복귀를 원했나?
강경한 이사회를 압박하고 알트먼의 귀환을 이룬 건 90% 직원들의 지지였다. 알트먼을 지지한 다수의 오픈AI의 직원들이 안전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이상보다는 현실에 더 가까이 서 있는, 글로벌 AI 업계를 흔들 수 있는 능력있는 개발자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선한 기업인 오픈AI가 AGI를 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바라보는 방향은 같아도 길을 걷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인재가 최종 권력자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질문 셋, 이제 오픈AI는 어디로 향할까?
많은 이들이 알트먼의 복귀로 오픈AI는 자본주의와 결합이 더 강해질 것이라 예측한다. 새로운 이사회에는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 포스 CEO와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이 포함되었다. 사업성을 강화하고 정부조직과도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본다. AI 안전보다는 AI 상업화에 주력하면서 기업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겨도 설립 취지와 가치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오픈AI는 물론 전 세계의 AI 개발 시계가 멈추거나 주춤거릴 일은 없다. 알트먼의 복귀는 세우기 어려운 AGI 바퀴 굴리기에 대한 동의이다. 혹자는 원칙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하지만 이 보단 비즈니스에 있어 이상과 현실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로 정리하고 싶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AI를 내놓는 것이 위험할까? 수익이 없어 내놓은 AI를 개선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이 위험할까? 비즈니스의 안전핀은 초심을 잊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안전핀이 빠진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위험천만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