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물가를 역주행하는 저렴한 상품을 개발하고 조달하는 이들이 있다. 고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물가사냥꾼'을 만나봤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냉동 간편식은 편의점 주류 상품이 아니다. 냉동고를 열어도 아이스크림만 구매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냉동고 문을 열게 만드는 상품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 찬밥 신세에서 인기 상품으로
CU의 자체 브랜드(PB) '득템' 시리즈 상품의 인기가 제조사(NB) 상품을 넘어 치솟고 있다. 지난달 기준 40여 종의 상품 중 약 25%에 달하는 10종의 상품이 해당 카테고리에서 각각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편의점에서 찬밥 신세였던 냉동 간편식의 위상이 득템 시리즈 출시 이후 달라졌다. 1위 상품 10종 중 3종이 냉동 간편식이다.
피자, 김치볶음밥, 치킨 등 냉동 간편식의 가격은 각각 1900원에서 2900원. 배달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편의점 냉동고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지은 BGF리테일 가정간편식(HMR)팀 상품기획자(MD)가 지난 12일 서울시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뉴스핌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
이지은 BGF리테일 가정간편식(HMR)팀 상품기획자(MD)는 "냉동고에서도 한눈에 띌 수 있도록 강점인 가격을 득템 시리즈 상품 중 처음으로 포장지 겉면에 넣었더니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매출이 오르자 아이스크림에 밀려 적재할 공간도 없었던 냉동 간편식이 영업팀에서 먼저 찾는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CU가 초저가 콘셉트로 득템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지만, 냉동 간편식은 2년 뒤인 올해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출시가 다소 늦어진 이유는 낮은 수요때문이다. 라면, 즉석밥 등 초반 출시 상품의 경우 편의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상품이니 상품 개발 이유가 있었지만, 냉동 간편식은 논외였다.
◆ 외식물가 상승에 찾아온 기회
그러던 중 찾아온 외식물가 상승은 기회였다. 올해부터 피자, 치킨 등 외식물가가 평균 물가상승률을 웃돌며 오르기 시작하자 CU는 지난 4월 처음으로 득템 냉동 피자 2종을 출시했다.
이지은 BGF리테일 가정간편식(HMR)팀 상품기획자(MD)가 득템 시리즈 냉동 간편식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
이지은 MD는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기존 냉동 간편식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피자부터 시작했다"며 "올 초부터 생산업체를 연달아 만나며 기존 NB 상품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직접 B2C(기업 대 소비자) 상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생산업체가 있었고, 치즈도 직수입하는 곳이었다"며 "이곳과 손잡으면 치즈를 이용한 피자는 더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아 치즈가 주재료인 콰트로 치즈 피자와 고르곤졸라 피자를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출시 직후인 지난 5월 대비 콰트로 치즈 피자의 지난달 매출은 30%가량 증가했다. 연이어 올해 5월, 7월 출시한 김치볶음밥과 순살치킨도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올해(1월~11월) CU의 냉동 간편식 전체 매출은 11.5% 올랐다.
이 MD는 "값만 저렴해서 잘 팔린 건 아니다. 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그 상품으로 매끼니를 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먹어봤다"며 "질리게 먹었지만 여전히 직접 사먹고 있다. 그만큼 맛을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고물가 시대에 편의점 MD가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결국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소는 원재료"라며 "과거에는 편의점 MD는 대형마트 MD보다 원재료 가격에 덜 민감했는데, 앞으로는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