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M&A) 과정에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운수권 이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등 해외 경쟁당국에서 제시한 합병 조건을 위해 우리 정부가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운수권 배분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업결합 시 항공사가 대체 항공사에 운수권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뉴스핌DB] |
현재 규정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는 운수권을 자진 반납할 수 없다. 특정 빈도로 항공사가 운수권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당국이 운수권을 회수한다는 조항만 있어서다. 따라서 개정안에는 '해외 경쟁당국이 명하거나 해외 경쟁당국과 협의된 시정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경우'를 신설해 항공사가 운수권을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 측은 "(다른 나라 경쟁당국이) 독점 우려가 있는 노선에 대해 '운수권을 대체 항공사에 이전하라'고 요구하더라도 현행 국내 법령상 항공사 간 운수권 이전 근거가 부재하다"며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수권 배분 취지인 공정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운수권을 이관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운수권을 이관하기로 해놓고 정부가 법률적인 근거를 만든 것은 순서가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운수권 배분 규정은 공평하게 모든 항공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이번 입법 예고는 이러한 취지를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LCC들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특히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에 참여한 LCC들의 경우 불만이 더욱 극에 달했다. 화물사업 필수 자산인 격납고와 지상조업 서비스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화물을 항공기에 싣고 내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 지상조업 서비스와 항공기를 보관하고 정비하는 시설인 격납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매각 제외로 인수 후보들은 매물에 대한 가치 판단 기회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항공산업 전체를 관할하는 국토부가 별다른 제지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조건부 승인 건에 포함한 내용은 국토부와 구체적으로 협의한 끝에 나온 것으로 안다"며 "항공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토부 관할이기 때문에 합병에서 파생된 화물사업부 매각에서 국토부가 (격납고나 지상조업 사업에 대한) 방향성 제시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역시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누군가 콘트롤타워가 돼서 챙겨야 할 문제였다"며 "국토부 입장에선 검토 요청이 없었는데 지시할 순 없지만, 만약 KDB산업은행 등이 국토부에 검토 요청을 했음에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국토부도 문제의 책임 소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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