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동 및 환율 리스크까지 직면했다. 올해 하반기쯤 실적 턴어라운를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에 실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미 사업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외 공장을 처분하는 한편 희망퇴직 및 인력 재배치까지 검토중이다. 업황 침체에다 중동 및 환율 리스크 장기화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LG화학, 희망퇴직 실시...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인력 재배치 검토
1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30일까지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앞서 LG화학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이차전지 양극재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작년 9월 IT필름(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 설비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작년 하반기 해당 사업을 맡은 IT소재 사업부 직원들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고 특별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LG화학 관계자는 "IT필름 소재 매각 이후 추가 인원 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
롯데케미칼도 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울산공장 직원 일부를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업체들의 잇단 증설로 울산 공장 플라스틱 원료 페트(PET) 생산 공장 가동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울산 및 여수공단의 일부 석유화학 공장은 돌릴 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업황에 따른 업-다운이 있는데, 현재는 다운 사이클 국면으로 중동 전쟁 리스크가 해소되고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좋아질때까지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버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환율·유가 장기화시 나프타 등 원가 부담 가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 확산 위기에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장중 1400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환율이 이어지는 것도 석유화학업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 전쟁 확산 위기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다.
이동욱 IBK증권 연구원은 "현재 석유화학산업은 기록적인 과잉 생산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동률은 다양한 가치사슬 전반에서 수년 내 최저 수준이며, 향후 4~5년 동안 침체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 시기에 포트폴리오의 재편, 그린 케미칼 전환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및 자본효율성 제고가 되지 않는다면, 향후 업체간 가치평가가 명백히 갈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